
개봉 화제가 되는 리메이크영화를 즐기는 방법 한 가지. 원작을 미리 섭렵해 두거나, 사후 원본대조를 통해 ‘영화 vs 영화’를 보는 것이다.
「바닐라 스카이」는 1997년 스페인산 「오픈 유어 아이즈」의 리메이크작이다. 그리고 「바닐라 스카이」는 리메이크영화의 관람수칙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다. 원작 영화의 단순 유사품인지 주의할 것.
그래도 숱한 유사품들과 아류작들은 호기심을 당기기 마련이다. 원조와 어떻게 맛이 다른지, 어떤 소스를 첨가했는지. 그런 효과 면에서 일단 「바닐라 스카이」는 성공했다. 톰 크루즈라는 세기적 미남스타의 제작·주연,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두 남녀 주인공의 스크린 밖 공개열애, 「제리 맥과이어」의 카메론 크로 감독과 크루즈의 환상의 콤비 플레이 등등. 이 영화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원작의 깊이감을 저 어둠의 바다로 묻어버렸다.
뉴욕의 젊은 출판재벌 데이비드(톰 크루즈). 남부러울 것 없는 그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온 절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인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자 데이비드의 섹스파트너였던 줄리(카메론 디아즈)는 그를 차에 태운 뒤 동반자살을 감행한다.
줄리는 죽고,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채 데이비드는 살아남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극중대사처럼 ‘단 하루 만났던’ 소피아와의 사랑이다.
단순 줄거리만으로는 순정 멜로 수준이지만 이 영화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틱 스릴러다. 주인공이 소피아를 살인하게 되는 과정에서 SF·스릴러·멜로드라마의 현란한 변주가 이어졌던 원작에서 「바닐라 스카이」는 확실한 취사선택을 한다.
철저하게 톰 크루즈의 매력과 착한 사랑으로 최면을 걸어오고 있다. 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를 질주하는 장면 등 카메라는 온통 톰 크루즈에 초점을 맞춘다. 톰 크루즈는 마치 미인대회 출전자처럼 자신의 매력을 전시하기 바쁘고, 원작에서와 같은 역할을 두 번 맡은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순수하고 사랑스런 미인으로 평면화되고 말았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못 본 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넘쳐난다. 원작의 중첩된 이야기구조와 꿈·현실이 뒤섞인 묘한 화면, 충격적인 결말까지 그대로 화면에 재현해 놓았다. 하다 못해 장면마다 인물의 포즈, 카메라 각도까지 자로 잰 듯 그 자리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혼란스런 내면 현실은 휘발되고, 남은 것은 연인들이 발휘하는 진정한 사랑의 환상일 따름이다.
카메론 크로 감독. 21일 개봉.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바닐라 스카이」가 리메이크작이라기 보다 원작의 재판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의 위대함 때문이다. 스페인의 천재 악동 감독으로 불리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25)의 「오픈 유어 아이즈」는 98년 도쿄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떼시스」라는 무섭고 독특한 데뷔작 이후 두 번째인 이 작품으로 신예 아메나바르는 스페인영화계의 거목으로 일찌감치 지목돼 왔다.
「오픈 유어 아이즈」는 공상과학과 심리 스릴러와 존재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섞어 한편의 게임으로 완성됐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연인 소피아를 살해하게 되는 과정의 진술을 쫓는 플롯은 어둡고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즉 정신착란으로 인한 기억의 혼동과 진실의 상대성을 통해 현대적인 영화의 매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가 발견하기 전, 원작에서도 소피아로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을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보너스.
「바닐라 스카이」의 개봉은 원작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줄 기회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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