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환 감독의 4·3 다큐드라마 '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주촬영이 20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진행된 가운데 아역배우들이 문인숙 할머니의 유년기를 재연하고 있다.

양정환 4·3다큐 '오사카에서…' 20일부터 제주 촬영
재일제주인 삶 조명...이달까지 펀딩 등 응원 잇따라

"너만 어멍, 아방 어신 거 아니네, 너네 어멍, 아방 진짜 빨갱이라서 도망간 거 아니?"

친구들의 놀림에도 인숙이(허의선 분)는 물허벅을 등에 진 채 묵묵히 걸어간다. 제주4·3의 광풍이 몰아간 뒤 다시 돌아온 봄,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지만 부모가 떠나버리고 홀로 남은 인숙이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양정환 감독의 4·3다큐드라마 '오사카에서 온 편지'의 제주촬영이 20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진행됐다.

작품은 제주 4·3당시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로 피난간 뒤 정착한 권경식 할머니(94) 등 재일제주인 1세대의 삶을 다뤘다.

고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2005년 작)의 편집을 담당하며 4·3영화 제작에 앙금이 남았던 양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4·3희생자의 범위를 재일제주인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오사카에 이어 제주로 무대가 옮겨진 촬영은 돌문화공원, 아부오름 등에서 이뤄졌다.  

이날 제작팀은 4·3으로 부모가 일본으로 피나가면서 홀로 남겨진 문인숙 할머니(72)의 유년기를 재연해 당시 소년·소녀들의 후유증과 아픔을 오롯이 담아냈다.

이와 함께 양 감독은 이달까지 영상 제작비 후원·재일제주인 지원 등을 위한 온라인 스토리펀딩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223명 참여해 470만원이 모금된 펀딩에서는 제주의 비극적인 역사를 공감하는 이들의 응원메시지로 줄을 잇고 있다.

제작팀은 해외영화제 출품과 내년 4월3일 개봉을 목표로 10월까지 제주·오사카 촬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 감독은 "제작비·연기지도 연습 등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지역적인 소재에 불과했던 제주4·3을 알고 아픔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보람있다"며 "4·3은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세계적으로 알아야 할 역사로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