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먹을 것’에서 경제지표로까지, ‘붕어빵의 경제학’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 활용도도 다양해 졌다.
붕어빵 속에 붕어 대신 단팥(지금은 내용물이 더 다양해 졌지만)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꺼내보자.
△‘풀빵’…향수 어린 군것질감
세대를 불문하고 붕어빵에 대한 추억이 없다면 이상할 정도로 붕어빵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한때 계란빵이나 미니 피자, 만득이 핫도그 같은 먹거리에 ‘왕좌(?)’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붕어빵 만한 밀리언셀러가 없을 정도다.
예전 붕어빵은 ‘풀빵’이라고 불렸다. 빨래할 때 쑤는 풀처럼 멀건 밀가루 반죽에 달랑 팥고물만 넣었을 뿐 아무런 특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밀가루 냄새가 풀풀 풍겨 온갖 감미료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모자라지만 그때는 찬바람이 조금만 불면 붕어빵의 따뜻한 온기가 계절의 풍미까지 느끼게 했다.
붕어빵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 일단 한두 개 먹고 나면 든든해지는 훌륭한 요깃감이란데 있다. 그래서 한때 가장들이 귀갓길에 가끔 이놈들을 몇 마리씩 종이봉투에 가둬 들고 가 김 때문에 풀이 죽은 붕어빵을 가족들과 맛있게 나눠 먹기도 했고, 어느 여대 앞에서는 붕어빵 총각과 여대생의 ‘붕어빵 사랑’이 싹트기도 했다.
△체감경기의 대표적 잣대
이젠 지갑에서 사라진 1원짜리 동전, 점점 쓰일데가 없어지는 10원짜리 동전을 따라 붕어빵 가격도 달라졌다.
50대를 넘긴 이들은 지금은 쓰지않는 ‘~전’단위로 풀빵을 사먹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100원에 세 개씩 하던 붕어빵이 지금은 1000원에 5개로 격상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올랐다고 말한다면 붕어빵이 웃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살림살이가 달라졌고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도 변했다.
93년 모 일간지에는 ‘붕어빵 불티-도심에 복고물결’란 기사가 실렸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97년에는 ‘명예퇴직자 재테크-복고풍의 부활…붕어빵 등’이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 ‘붕어빵봉투로 닷컴 광고’란 기사가 관심을 모았었다.
올해 초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제분업체의 ‘노점상용 프리믹스 제품 잘 나간다’는 기사가 나오더니 저금리, 자금경색 같은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다시 ‘붕어빵 노점 문의 급증’이란 제목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요사이 부쩍 많아진 붕어빵 장사는 어려운 시대의 또 다른 반영이라는 얘기다. 유난히 손이 하얀 중년 사내가 어설픈 손짓으로 구워내는, 대형 할인매장에 밀린 동네 상점들이 너도 나도 붕어빵 기계를 들여놓는 것도 다 지금의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
△붕어빵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지금의 붕어빵은 예전의 것에 비하면 자못 호화식품(?)으로 둔갑했다. 단팥뿐인가, 우유에 버터에 땅콩에 또 주문식까지도 나왔다.
먼저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그냥 ‘붕어빵’. 원조답게 중력분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 틀에 마가린이나 버터를 발라 ‘구워’낸다. 통통한 몸통쪽에 집중돼 있는 달콤한 팥이 전통의 맛을 찾는 어른들에게 인기다.
몇 해 전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며 토종 붕어빵을 잠식하고 있는 ‘황금잉어빵’은 구운 것이 아니라 기름에 ‘튀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토종에 비해 날렵한 몸매에 바삭바삭하고 밀가루에 찹쌀을 가미해 쫄깃한 느낌이 특징이다.
올해 새롭게 뜨는 품종은 ‘참붕어빵’. 굽거나 튀기지 않고 무쇠솥을 이용한 틀의 열로 익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밀가루에 옥수수 전분을 첨가하고 팥의 단맛을 줄여 고소함을 강조했다.
붕어빵 속에 단팥만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쉰세대’소리를 듣는다. 초콜릿, 피자, 떡볶이, 야채, 호박 등 붕어빵 고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글=고 미·사진=강정효 기자>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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