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진 '바람 억새소리' 현대미술관 분관 상설 10일 개막
김남규 '돌의 미학 제주' 유산센터 기획 전시실 26일까지

철이 들었다. 계절이 바뀌기는 것이야 자연의 순리겠지만 철이 드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다. 비워야 채워지고, 쌓이며 단단해지고, 모여서 커지는 이치를 알아야 알 수 있다. 짙은 커피향이 싫지 않은 남자의 계절, 그들만의 언어로 풀어낸 '철'이 전시장에 들었다.

그중 하나가 제주현대미술관이 개관 10년을 맞아 진행하는 특별기획 '바람 억새소리'다. 

지난 2011년 저지예술인마을에 진갤러리를 개관하며 제주 문화예술에 묵직한 무게감을 더한 박광진 화백이 10여년 제주 억새 시리즈를 전시장에 펼쳤다. 기존 현대미술관 분관 전시됐던 박 화백의 작품을 '억새'로 바꿔 상설 전시를 이어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화가는 '제주'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1964년 아리랑호를 타고 첫 인연을 맺은 후 제주는 예술가적 감수성을 쥐락펴락했다. 진경산수화라고해도 믿을 정도의 사실적 구상회화를 이끌던 작가는 제주와 만나며 유채꽃과 억새에 천착했다.

그의 억새는 은백색 물결이 화려하게 일렁이는 절정의 시기를 지난 것들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듯 그윽한 느낌이 캔버스를 타고 전시장을 채운다. 애써 거스르기보다 바람 결을 타고 섬 특유의 황토색으로 제주와 일체가 되는 것들은 철이 들어 가능했다. 전시개막은 10일 오후 4시.

제주도세계자연유산센터 기획전시실도 26일까지 특별한 '결'을 품었다.

김남규 사진 작가의 '돌의 미학, 제주'전이다. 돌 만큼 제주 역사를 켜켜이 쌓아올린 것은 없다.

섬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한 화산재층과 현무암, 삶이 버무려진 밭담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금방이라도 오래 묵은 비밀을 쏟아낼 듯한 표정과 세상의 것들로는 만들어내지 못할 색과 모양이 사각 앵글을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김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 및 심사위원, 제주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영남미술대전 초대작가(사진부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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