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조명 아래 친구로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 두 명이 무언가 수군거리고 역술인은 종이 위에 뭔가를 휘갈겨 적고 있다. 이윽고 조용히 입은 여는 역술인. “조상이 머리 위에서 방해하고 있어. 추진하지마!”

 점집하면 떠오르는 시나리오다. 생년·월·일·시 즉 네 가지 기둥을 놓고 인생을 본다는 사주(四柱)풀이는 이제 보편화된 지 오래. 자신의 운명을 걸 정도로 맹신(盲信)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빠짐없이 물어보는 생활상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동에서 단란주점을 경영하고 있는 J모씨는 최근 K철학관을 찾았다. “돈은 많이 버는데 종업원과의 사이가 걱정돼서 왔다”는 J씨는 바로 대인관계로 인해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을 방법을 찾으러 온 것이다.

 “점을 오래 보러 다니다 보면 어느 철학관이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는 J씨의 말은 점집마다 ‘내게 맞는 사주풀이’가 틀리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군데 다녀보고 결국엔 한곳을 집중적으로 다니게 되는 게 특징이다.

 신세대들과 중년들의 사주상담 주제도 명확히 다르다. ‘언제 취직하냐’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 궁합이 어떠냐’ 등 신변잡기가 신세대의 주요 궁금증이라면 중년들은 막바로 현실적 고민을 싸들고 들어온다. “남편의 사업이 잘 되겠는가” “언제쯤 정착하겠는가” 등 경제적 해결점이나 대인관계 등 실제적인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궁합보고 결혼하면 더 좋죠”
 젊은 남녀회원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는 제주시 G결혼정보회사. 이곳에서는 자기 수준에 맞는 배우자를 물색해주는 데다 궁합사주도 함께 봐준다는 특징 때문에 호응이 높은 편이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 결혼정보회사라는 합리적인 방법에 궁합을 봐주는 동양철학을 가미한 이 같은 재미난 발상을 젊은 세대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한 B모씨(27·여)는 “어차피 부모님들이 서로의 사주를 놓고 궁합을 볼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리 내 사주에 맞는 남자를 고르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철학관 마다 얘기가 다른 이유
 ‘이 집 얘기가 틀리고 저 집 얘기가 틀리다’는 말은 철학관을 한두번 들러보는 사람이면 공감이 하는 부분. 돈을 못 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 다른 철학관에서는 “사업하면 성공한다”는 정반대의 말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도 정신과 육체가 있듯 사주풀이에도 정신과 육체라는 두 가지 개념이 공존한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육체가 전부인 것 같지만 정신세계도 사주를 보는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철학관 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사주를 보기 때문에 저마다 사주풀이 해석이 틀려지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동양철학
 철학인들은 제주를 흔히 이웃 일본에 비유한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일본처럼 토템이즘, 샤머니즘 등 무속신앙이 발달했다는 것.

 그러나 동양철학의 큰 흐름이 ‘인본주의’로 몰리고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팽배해지면서 사주도 ‘자기가 필요한 것’만을 보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 철학관도 그에 맞춰 증권·경마·복권·투자 등 양념을 맞추고 있다.

 온·오프상에서 활발한 사주풀이를 봐주고 있는 한 도내 역술인은 “하루 15명∼20정도 철학관을 찾고 있다. 복채도 그에 맞게 배로 올렸다”며 “상담내용은 진로·경제·궁합·직업·사업 등 여느 상담소 수준을 능가한다”고 말했다.<글=김미형·사진=김대생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