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WCC서 해녀문화 알려
홍보사절·의견전달 역할 앞장
"해녀 인정해주는 자세가 중요"

예년이면 벌써 해경(공동어장 작업)을 했을 때지만 해녀탈의실은 아직 조용하다. 소라 가격이 좋지 않은 데다 수온도 불안해 작업을 늦췄다. 조금 한가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잠시였다.

"고등어가 많이 잡혀. 어판장에서 일하면 한 시간 1만원은 버는데 손을 놀릴 수 있나"

그렇게 하루가 바쁜 홍경자 해녀(67·한림읍 한수리)는 '유네스코'라는 단어에 눈빛이 달라졌다.

홍 해녀는 어촌계장이던 지난 2012년 제주에서 열린 WCC세계자연보전포럼에서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을 상대로 '제주 해녀'를 소개했다. 

한때 물질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육지로 나가기도 했고, 전화교환수 일도 했다. 그래도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얘기는 고스란히 제주해녀문화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홍 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와 관련, "해녀문화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봐도 해녀들이 먼저 알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며 "아직 많은 해녀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홍 해녀는 "한 때는 누가 물질하는 걸 알까 조심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사나 한탄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유네스코 등재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세상이 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해녀 관련 사진 150점을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에 기증했던 것도 이런 기대에서 비롯됐다.

홍 해녀는 "해녀로 사는 모든 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제주도와 해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으로 해녀를 응원하고 존중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해녀들부터 바뀔 수 있게 애정을 가지고 도와줘야 한다"며 "유네스코 등재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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