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우 노하우석세스 시스템 대표, 논설위원

대한민국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공화국은 입법·사법·행정 삼권이 분리된 것이다.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다. 

2006년 네팔에서는 입헌군주제에 의한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해준 15년 전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행사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기념행사 대신 거리는 분노한 국민들로 가득 찼으며, 30만 명 이상의 시위자들은 왕족을 비난했다. 이들은 대리 지정 의회를 요구했으며, 이를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한 왕의 권력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는 헌법 제정을 희망했던 것이다. 이는 네팔정치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왕의 통치와 현 상태에 대한 불만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네팔 국민들도 이 시위에 동참했다. 일반 시민들은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거리를 가득 채웠다. 공무원들은 휴업했으며, 네팔의 7대 정당은 교사, 은행원, 운송업자 등 모든 국민에게 이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 시위가 네팔의 정치적 지형을 바꿔 놨다. 이것이 주권을 가진 국민의 힘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 위대하다. 

3·1운동과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잘못된 길을 갈 때 좌시하지 않았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기다. 청와대에서 문화체육부로 전달됐다는 연예인 '블랙리스트', 서울대 병원의 백남기 '병사' 사망진단서, 이화여대의 '최순실 딸 모시기'는 한국 사회의 참담한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최근 불거진 최순실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과 관련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비선실세, 측근 정치, 소통부재,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서도 오히려 무책임할 때, 국민은 저항한다. 부산, 제주를 비롯한 지방에서, 서울에서 민중궐기대회가 열리고 서울역에서, 광화문에서 정권퇴진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과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 총장을 물러나게 만들고 진실규명을 외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이 나서기 전에 국정최고 책임자가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대통령은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안정을 유지하고 사회적 질서를 지키고 대외적으로는 외부의 위협과 공세에 맞서 지켜야하는 임무와 책임이 있다. 전 국민이 희망을 갖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100% 대한민국을 만들고,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것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수도 있다. 하지만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투철한 공인의식은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이다. 리더의 중요한 특징 중에서 책임감을 언급할 때는 책임의 적극적인 면과 소극적인 측면이다. 적극적인 면은 법적 책임이며 소극적인 면은 도덕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에 실패한다면,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고 이 편지를 모두 공개하시오'

링컨이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 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짧은 편지이다. 지금, 우리에겐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솔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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