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김창열미술관 등
지역 문화예술 구심체 역할
사립미술관 다양한 테마전도

「제주 뮤지엄 여행」의 저자 김지연씨는 "미술관과 박물관 여행을 통해 제주를 색다르게 보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환경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섬에서 더욱 다양한 매력을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의 특별한 자연과 역사, 사람까지 품은 공립·사립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미술관 지도를 그려보자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체

제주시 노형동에서 한라산 방면 1100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신비의 도로' 인근에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이 보인다. 주변 숲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에 인공연못이 마음에 이끌리는 것도 잠시, 미술관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내부 테마전시와 장리석기념관이다.

지난달까지 미술관에서는 천재화가 '변월룡(1916~1990)'의 회화·드로잉·판화 등 22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회고전이 진행됐으며 오는 20일까지 미술관 시민갤러리에서는 로봇의 이미지와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에 의해 변형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장리석기념관에서는 제주해녀 등 제주의 삶과 문화를 소재로 한 화풍으로 한국 구상미술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한 장리석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걸렸다.

'빛을 담은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제주시 한경면 저지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다. 40여년 물방울을 그려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 화백의 220점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지난 9월24일 개관했다. 

내년 1월22일까지 미술관에서는 김 화백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살필 수 있도록 1964년부터 2007년까지의 작품 30여점을 소개하는 '존재의 흔적들'전이 열리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도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현재 '제주·라비니츠 현대미술전'이 오는 12월4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강요배 화백을 비롯한 제주작가들의 개성넘치는 작품과 유럽미술의 진수를 살필 수 있는 자리다.

한국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변시지·강용범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당미술관, 천재화가 이중섭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이중섭미술관 등의 공립미술관도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체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자유분방의 매력 테마의 즐거움

보다 자유분방함으로 제주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고 테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립미술관들도 많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제주 원도심에 자리잡은 명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탑동시네마, 바이크샵, 동문모텔 등에는 김창일 회장이 40여년간 수집한 개인 컬렉션과 국내외 작가들의 테마전시를 볼 수 있다. 폐관된 극장·모텔 등 버려진 건물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다가오는 예술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진의 매력이라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성산읍 삼달리)과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표선면 가시리)이다. 폐교를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두모악에서는 고 김영갑 작가가 20여년간 앵글에 담아온 제주의 자연과 비경을, 자연사랑미술관에서는 '리얼리티 기록자'로 불리는 서재철 사진작가의 제주자연 사진을 비롯해 도민들의 옛 생활상을 다룬 흑백사진 등을 만날 수 있다.

작지만 활발한 예술활동으로 두각을 보이는 소규모 화랑·갤러리도 눈길을 끈다.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에 위치한 문화공간 양은 지역주민과 작가 등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주와 마을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전시회는 물론 독립영상전, 세미나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활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

알파벳 C로 소통(communication), 문화(culture), 창의성(creativity) 등을 추구하는 아트스페이스·씨(제주시 중앙로)에서도 신인작가 발굴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영화, 미술 강좌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귀포시 자구리해안에 위치한 유토피아로에서는 이중섭이 '게와 아이들'을 연필로 스케치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조형물 등 제주의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이 도민·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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