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는 유명한 종모마들이 있다. 종모마는 씨를 받는 수말을 말한다. 우수한 종자혈통을 잇기 위한 이들 종모말의 교접료는 무려 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말의 세계에서 가장 따지는 것이 혈통이다. 혈통은 곧 그 말의 값어치를 결정한다. 혈통이 좋으면 값이 올라가고, 겉으로 좋아 보여도 혈통이 변변찮으면 천대를 받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재래마인 제주마에 대한 혈통 찾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8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는 지난해부터 혈통보존을 위한 제주마 등록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혈통 또한 국제적으로 공인 받지 못하는 등 사실상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연기념물 제주재래마
 제주 재래마의 순수 혈통은 어떤 것일까. 86년 2월 진돗개, 오골계에 이어 제주마 64두가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나서 무려 15년이 경과한 지난해부터야 제주마 등록업무가 시작됐다.

 제주마의 기원에 대한 확실한 정설은 없다. 그러나 개벽설화에서 태초에 삼성이 탐라에 정주하면서 재래마를 길렀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에서 말을 사육했다는 기록이 쓰여진 것은 원나라가 제주도를 속국으로 관할했던 충렬왕 2년(1276년)부터 제주를 양마 생산지로 삼고 대규모 목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따라서 원의 목장 설립 당시 제주에 들어온 몽고마가 토마와 교잡되어 제주에 오랫동안 적응된 말을 제주마라고 볼 수 있다. 

 제주마는 크기가 작은 포니형으로 성질이 온순하며 영리하고 체질이 강건해서 지구력이 강하다. 연중 방목하는 거친 사육조건과 사료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재래종말로 알려졌다. 특히 발굽의 질은 치밀하고 견고하여 암반과 암석이 많은 제주의 지질특성에 대해서도 잘 견딜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

 제주마의 모색은 다양하며 20내지 30여가지로 구분된다. 모색의 명칭도 제주마 나름대로 특수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제주마 사육농가에서는 모색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조랑말 관리는 제주에서
 조랑말 관리도 ‘지방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조랑말이 진돗개에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혈통등록이 실시되고 있다. 제주마 혈통등록과 관련된 업무는 제주도축산진흥원이 전담하고 있다. 종전 농림부 관할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 2000년 5월 농림부고시로 도 축산진흥원이 등록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는 국내 유일의 재래마인 제주마의 순순혈통 및 멸종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에서 시작됐다.

 현재 도내 농가의 3세 이상 말을 대상으로, 외모검사에 합격하고 DNA 분석결과 순수 제주말로 판정될 경우 등록하고 있다. 이는 제주마의 순수혈통 유지로 중요한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제주마 개량사업의 토대를 마련키 위한 것이다.

 지난해 174농가, 2213마리에 대한 제주마 혈통등록신청을 받은 가운데 현재 71개 농가 1163마리에 대한 외모심사를 벌이고 있고, 638마리는 발육성적조사 및 유전자를 분석하는 등 ‘토종 가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 축산진흥원이 육종한 128마리, 농가에서 23마리가 제주마로 등록돼 현재 151마리가 제주마로 최종 확인되고 있다. 올해에도 제주마의 혈통보존을 위해 2억7500만원의 국고가 지원, 제주마의 체계적인 유전·육종학적 연구를 통해 우수한 혈통을 발굴, 보존하기 위해 쓰여진다.

 그러나 ‘제주마’임을 판명하는 DNA 분석 결과가 국제사회에서는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99년 국제동물유전학회(ISAG)에 ‘제주마’가 보고됐으나, 국제학술계에서 새로운 말의 품종으로 공인 받지 못해 제주마 혈통 정립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2000년 제주마에 대한 유전적 고유성에 대한 연구작업을 시작했고, 오는 2003년 최종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제주마는 소중한 자원 
 제주마의 사육두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40년대이다. 당시 도내에서는 2만여 마리의 제주마가 사육됐다. 그러나 자동차 문명의 발달과 농업 기계화로 인해 제주마의 수요는 점차 줄기 시작했다. 1960년대 제주마 사육두수는 1만2077마리, 70년 7606마리, 80년 2414마리, 86년 1347마리로 점차 두수가 줄기 시작했다.

 제주마는 분명 지역의 소중한 자원유산이다. 활용가치도 다양해 재주마 산업육성기반을 조성하면 축산소득원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3차 산업과 연계한 특산품화로 향토색 짙은 국내유일의 제주마를 국적있는 마필로 육성하기 위한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우선 제주마의 관광자원화이다. 현재 관광승마용과 경마용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활용가치를 극대화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육을 이용한 전문음식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말고기 요리개발로 내수소비 및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마의 순수혈통 및 유전적 형질이 보존돼야 한다. 이를 위해 유전·육종학적인 연구를 위한 전문인력이 확보, 일선에 배치돼야 한다. 등록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종자전쟁시대에 제주마가 국제적 재래마로서의 독특한 품종으로 인정받고 순수혈통을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한 실정이다.<글=정용복·사진=김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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