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산책 22.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내 방 여행하는 법」

개인 문제 아닌 '스트레스 치유방법' 고민
선입견 고착화 벗어나 나름의 '휴식' 부여
느슨해지는 연습하기
지난 일주일 나에게 휴가를 주었다. 물론 장소 이동이 없다는 이유로 휴가라는 것에 큰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법적인 면으로 나 스스로 일에 조금 느슨한 태도를 가졌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가정에 집중했다. 집중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시간을 평소보다 조금 늘리는 정도였다. 그러니 진정한 휴가는 아닌 셈이다. 부모로, 자식으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한 역할에서 휴가라고 해서 다른 역할까지 휴가일 수 없다. 즉, 완전한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피곤을 느끼는 것은 여전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휴가를 준 근원에는 만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라"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자꾸 해야 한다" 등 이런 말을 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내재돼 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말하고 참으로 힘 빠졌던 말이었다. 지금 우리는 완전히 스트레스 상황에 있다. 10대는 학업으로, 20대는 취업으로, 30대 이후는 안정적이지 않은 경제력 때문에 불안함이 계속돼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각자 힘들어 하고 있는데, 요즈음은 정치적인 여러 이유로 사회적인 스트레스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주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서 우리나라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자료를 보니 절반이상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직장생활, 학교생활, 가정생활 순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다. 타인과의 관계와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성적과 진학 문제로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의 스트레스 상황들이 아동학대라는 씻기 힘든 아픔의 결과로까지 가는 것을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로 보고 있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이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떠올린다고 한다. 개인의 생각이란 수많은 스트레스 상황을 합쳐서 이미 사고방식으로 고착돼진 생각을 말하는데 그 고착화된 생각으로 인해서 상황이 비슷하다고 느끼면 바로 스트레스라고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감정에도 선입견이 있다는 것이 된다. 흔히 만병의 근원, 죽음의 신호라고 말하는 스트레스도 결국에는 각자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정도가 다른 것을 보면 개인의 기질과 함께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 상황들을 고착화시키는 작업을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조금은 느슨해지는 연습을 하자. 불어오는 바람에도 잠시 쉬어가고, 변해가는 하늘도 가끔은 쳐다보자. 잊고 있던 누군가에게 안부전화를 한 번 하고, 오랜만의 소식에 기뻐하는 누군가로 인해 나도 같이 기뻐해보자. 가끔 '멍' 하게 있으면서 나에게 잠시 쉼표도 찍어보자. 어린 시절 우리가 했던 것처럼 이기심 없이 사람을 대해보자. 오늘부터 자꾸 가슴 따뜻해지는 연습을 해서 그 순간순간들을 기억해두자.

'어떻게 하는가' 마음의 문제
나 혼자만의 휴가기간에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을 누워서 헐렁하게 읽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흥미로운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 그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기계적으로 글자와 문장을 따라갈 뿐, 이미 책은 안중에도 없을 때가 있다. 무엇을 읽었는지도 모르고 방금 읽은 내용도 기억하지 못한 채 책장만 넘긴다'라는 내용처럼 생각의 간극이 있어도 부담이 없는 책이다.
'물이 끓는 동안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앞서 독자 여러분에게 말한 바 있지만 나는 이렇게 선잠 들 때의 아늑한 기분이 참 좋다' 라며 아침식사를 같이하자고 권하기도 하고 의자, 침대, 그림, 음악, 애견, 하인, 편지 등 작가의 시선으로 나의 생각과 발견도 따라간다. 그리고 의자에서 넘어지며 누군가를 향해 분노와 욕지거리를 뱉었다가, 욕설을 쏟아 낸 것을 후회하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예의 없음에 인상을 썼다가도 옅은 웃음도 나온다.
'다시 탁자로 돌아올 요량으로 움직이다가 중간에 의자가 있으면 그냥 주저앉는다. 의자란 얼마나 훌륭한 가구인가. 사유하는 인류에게 이보다 유용한 물건은 없으리라'라는 말에 앞으로 의자에 앉으면 밥만 먹고 숙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라는 것을 해야 하나 고민도 하게한다. 또 의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까 작가가 임의로 용도변경을 해 버렸으니 '무게 좀 잡고 앞으로 얼마나 더 뻣뻣하게 있어야할까 고민되겠다' 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여행의 마지막 날 '그들은 내게 어떤 곳도 가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그들은 내게 이 우주 전체를 남겨 놓았다.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이 내 뜻에 좌우되었다' 며 42일 간의 가택연금을 돌아본다. 그리고 '오늘 나는 자유다. 아니 다시 철창 안으로 들어간다. 일상의 멍에가 다시 나를 짓누를 것이다' 라며 마무리한다.
어쩜 자유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은지 모른다. 어느 곳에 있는가라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자세로 있는가라는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 스트레스도 내가 어떤 상황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의 상태인지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서 작가는 가택연금을 당했을 때 갇혀있다는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떠나며 오히려 자유로워한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말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나의 심장이 뜨거워지고 나의 몸은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긍정의 생각으로 나를 믿으며 나만의 방법으로 휴식을 주자.
이 책처럼 내 방의 사물들을 관찰하며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오늘부터 글쓰기도 해보자.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리고 간간히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오늘 하루도 잘 견디며 많이 웃었냐고, 그리고 하늘은 한 번 봤냐고. 지나간 것은 잊어버리자고. 이미경 독서지도사
■ 작가 소개 |
|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으며, 공상에 빠져 있길 좋아하는 아이였던 메스트르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문학, 회화, 음악 등에 두루 깊은 관심을 나타냈고 자연과학 분야에도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보였다. 열여덟 살에 평생 직업 군인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몽골피에 형제가 발명한 열기구에 자원해 올라가는가 하면, 목숨을 건 결투도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고향 지방을 점령한 이후 귀향이 어려워진 그는 토리노에 머물다 1790년에 어떤 장교와 결투를 벌였고,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다. 방 안에서 보내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쓴 글이 바로 「내 방 여행하는 법」이다. 우연찮게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는 미술 쪽으로도 재능이 있어서 러시아군 장교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복무할 때는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일찍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먼저 보낸 메스트르는 아내가 죽은 다음 해인 1852년 밤에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지은 책으로 「내 방 여행하는 법」,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 「아오스타의 나병 환자」 등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