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 배려·공존의 문화
제주 삶의 젖줄이자 존재가치
유산 등재로 자긍심 더 높일 것

제주인의 어머니는 해녀입니다. 우리는 그 아들딸이고, 제주로 이주했거나 꿈꾸는 사람들도 마음속 한 자락 어딘가에는 제주해녀가 자리해 있을 것입니다. 

세계 유력언론과 세계지성들도 제주해녀를 한국의 힘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해녀는 제주를 상징하는 이미지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제주를 지탱하는 삶의 젖줄이자 근원적인 존재 가치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바다를 인생의 터전으로 삼고 대를 이어온 해녀들의 물질은 오랜 세월 존경받고 존중받는 직업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중문 앞바다에서 해녀들이 내뿜던 숨비소리를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다시 생각하면 무한한 존경심이 절로 생깁니다. 

누가 과연 작은 테왁에 의지하여 목숨을 바다에 내놓은 채 태평양 바닷속을 누빌 수 있을까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순수한 영혼, 자연의 회복력을 잇는 전통, 때로 투박하지만 진솔하고 유머가 넘치고 불턱처럼 따뜻한 마음을 샘 없이 집어던져주는 공동체 정신 모두 제주해녀가 품고 있는 가치입니다. 그 뿐입니까. 애기바당에서 커서 할망바당이라는 배려의 공간까지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면서 살아온 제주해녀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배려와 공존의 문화이고, 선조들의 방식대로 불턱 문화를 꽃피워 왔습니다. 

또 한편으로 제주해녀의 역사는 천년 이상의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동북아 무대를 넘나드는 원정 물질은 세계 해양사에 유례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직 여성이라는 사실, 생존과 자존감의 결정체인 제주해녀항일항쟁의 기록을 통해 제주해녀의 정신과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제주해녀는 살아 있는 문화박물관이다'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제주해녀의 삶과 문화는 우리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며칠 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금자탑을 세운다면 제주해녀문화 유산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 제주바당의 숨비소리가 파도소리와 함께 넘실넘실 태평양을 넘어 세계만방의 가슴을 울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제주해녀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