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시 미래 원도심서 찾다 4. 제주도 도시재생Ⅱ

행정·업체 주도사업 실패 원인
지역역량강화·결집·관심 필요
도시 핵심콘텐츠 도출 큰 과제

그동안 수차례 추진됐던 제주도 원도심 개발사업이 실패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지역주민을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행정과 개발업체 주도로 진행되면서 주민 공감대는 형성되지 못하고 갈등만 남긴 채 중단됐다. 특히 제주도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원도심 지역주민의 역량강화와 자발적 참여, 주도적 사업추진 등을 이끌어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사업 필수

제주원도심이 쇠퇴한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전면적인 도시개조사업으로 1000년 가까이 구축된 역사문화 정체성이 상당부분 사라졌고, 신도시 개발로 인해 주요 관공서와 학교, 상권 등이 유출되면서 역사·행정·경제·교육·문화 등 5대 특성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도심은 역사문화자원이 신도심보다 다량 보존돼있고, 위치적으로 제주도심의 중심부에 있으며, 동문·서문시장과 칠성로·중앙지하상사 등 전통상권이 지역주민 생활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어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특히 대다수의 지역주민들은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원도심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 그리고 공통체 의식이 강하다. 이 때문이 원도심 발전과 활성화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역량은 막대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았던 것이 지역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고, 공감대 확산과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제주도는 '역사문화 관광도시'와 '정주환경 개선'을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로 설정하고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문화재 및 옛 건물 복원과 길거리 정비사업 등 대규모 물리적 개발사업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예전에 실패했던 행정기관과 개발업체 주도의 도시개발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도시전문가들은 제주도가 도시재생사업을 수정·보완하면서 기존 주민·상인조직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도시재생대학 및 주민학교, 주민공모사업 등 구체적인 주민역량강화 사업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의 개념과 취지, 목적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사업총괄코디네이터와 지역내 활동가 및 관련 단체의 참여방안 등도 구체화 할 것을 주문했다.

△주민역량과 참여가 활성화 열쇠

지역주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기 위해 지역주민과 동문·서문시장상인 그룹 등이 포함된 협의체가 구성됐다. 또한 제주도 도시건설국장과 사업총괄코디네이터를 공동의장으로 하는 사업추진협회의도 운영중이다.

제주도는 주민역량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사회활동가, 예술단체 등의 소모임단위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지역리더를 발굴해 이들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콘텐트 개발과 주민공동체 협력 기반구축 등을 지원하는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센터는 앞으로 도시재생사업 주민참여 및 홍보, 주민역량 강화사업, 주민교육프로그램 기획·운영, 지역주민 리더양성, 주민협의체 지원, 도시재생사업 지원, 도시재생사업 추진기구 설립 지원, 도시재생대학 운영 등을 수행하며 지역주민과 행정과의 가교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센터는 문화·역사와 공동체, 원도심 가치 등 다양한 주제로 도시재생아카데미를 개설해 진행중이다. 또한 주민 스스로가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제주의 오래된 가치를 발굴해 현안 및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해 도민기획단도 모집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와 센터는 앞으로 제주 원도심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와 정주여건을 파악해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핵심콘텐츠를 도출해야 하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도시민들에게는 먹고사는 것이 가장 민감하고 현실에 직면한 문제인 만큼 역사성·장소성의 재해석, 칠성로·지하상가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야만 원도심 지역주민의 공감대와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인터뷰] 이재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은 다른 도시개발사업과 달리 지역주민 주도형으로 이뤄져야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동시에 성공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소통과 역량강화, 자발적 콘텐츠 개발 및 추진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재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제주도시재생사업의 성공열쇠는 바로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원도심의 잠재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도시재생은 부동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재개발 성격과 차원이 다른 사업"이라며 "원도심 본질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도시재생이며, 여기에는 문화·역사, 정주환경은 물론 지역주민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우선 지역주민들이 원도심의 본질과 가치, 도시재생의 개념과 목표 등을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사무국장은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분야별로 도시재생 사업과 프로그림을 기획부터 내용구성,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주민과 전문가간 협의체 구성, 지역 및 분야별 소규모 프로젝트 팀 구성, 도시재생아카데미 운영 등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센터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개별·지역별·단체별로 면담·접촉하면서 다양한 소통창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주민들이 원도심에 대한 자긍심과 지역공통체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원동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주민역량강화와 동참은 짧은 시간내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수년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고된 계획"이라며 "지역사회가 단기간 도시재생 성과가 없다고 평가절하해서은 안돼며 인내를 갖고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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