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8.기준없는 접근 경계

해녀 육성보다 공감대 유도 절실
대표성 악용·무분별 접근 등 난무
등재효과 극대화 위한 장치 필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생각하던 분위기가 일순 바뀐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제주도에 '해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거나 제주해녀 활용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 동안의 냉랭한 반응을 감안하면 일단 반갑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준 없는 무차별적 접근이나 주문은 안한 만 못하다.

'여성 중심의 해양문화 공동체' 등 제주해녀의 수식어가 풍부해졌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원칙' 상실로 인해 추진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승·보전해야 할 대상이 '제주해녀'인지 '제주해녀문화'인지도 모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과 국가어업유산에 이은 세계농업유산 등재 작업에 있어 공통·보완 분모와 더불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지고 있다.

# 이원화 정책 고민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제주 해녀문화'라는 해녀가 꾸려온 삶의 방식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해녀 양성보다 해녀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다. '해녀가 없으면 문화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틀리지 않지만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

어업유산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 활동 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어촌 경관 등 '생계유지를 위한 어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제주해녀 양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표목록은 제주해녀의 명맥에 앞서 그들이 지닌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주문한다. '제주해녀'와 그들이 유지해온 공동체 문화를 교과서를 통해 배운다거나 지역사회 전반에 전파하려는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등에서도 해녀문화 유산 등재에 대해 '해녀 100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는 정신·생활문화를 인정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실적으로 어촌계 가입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문화적으로 해녀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과 창구 확대 등을 통해 해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물리며 분명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책임있는 중심 필요

해녀문화 집대성이나 상업적 이용 등에 있어 기준 설정도 시급해졌다. 제주해녀라는 대표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부산 등을 중심으로 이미 지역별로 산재한 해녀 연구 결과를 아카이브로 묶어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주해녀의 기득권을 주장하기에는 합당한 이유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

해녀증(잠수어업인증) 정리와 해녀축제 활성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정리가 주문되고 있다. 해녀증은 관련 조례에 따라 행정시가 발급한다. 어촌계 회원 및 수협 조합원으로 가입한 해녀 중 경력자에게 발급된다. 최근에는 현직과 전직을 구분해 발급되는 등 관리 목적을 강화했다.

민간차원에서 발급되는 명예 해녀증이나 전통물질기술자격증과는 분명 다르지만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지난 5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수풀해녀학교 특별 입학생으로 참여한 뒤 명예 해녀증을 받았다. 행정이 발급한 것이 아닌 것이어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11년 민간자격으로 전통물질기술자격증이 등록된 일도 관리 주체인 행정이 제일 늦게 알았다.

'상업적 이용' 역시 논란이 많다. 아직 개인간 문제로 치부되고 있지만 앞으로 문화콘텐츠 활용이나 상표 등 상업화에 있어 크고 작은 마찰이 불가피하다. 특히 해녀가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된다는 점, 법적 분쟁 등이 유네스코나 어업유산 등재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사전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선택과 집중

해녀축제의 대표성을 살리는 것 역시 세부 과제로 제시된다. 현재 콘텐츠만으로는 대표 축제로 자리를 지키는 것도 위험한데다 제주해녀문화가 대표목록에 등재되는 것을 기념해 '해녀의 날' 선포 등의 움직임을 볼때 대대적인 수정·보완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녀축제가 지역 대표축제로도 거론되지 않는 상황은 제주도의 해녀정책에 빈틈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평자라섬국제재즈페스피벌의 경우 외래 문화인 '재즈'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지역 특산물인 가평 포도를 활용한 6차산업 아이템과 청소년 문화축제를 연계하며 지역 브랜드로 만들었다.

해당 부서(문화정책과)가 아예 조직위 중심 역할을 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반면 해녀축제는 '해녀문화 세계화'의 대표 프로그램이지만 수년째 대행사를 선정해 진행하며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세계섬문화축제 등 대형 문화 이벤트가 열릴 경우 지역내 경쟁부터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을 가지고 있는 섬 국가 또는 지역들에서 이를 주제로 한 축제로 연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선택과 집중이 주문되는 이유다.  

염소지기와 제주해녀…'강인한 삶'의 숭고함

프랑스 작가 장 줄리앙 푸스 '포착'

'이방인의 눈으로 본 낯섦'을 포착하던 프랑스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아트 작가 장 줄리앙 푸스가 '우연히' 해녀를 봤다.  

곧 사라질 노인들의 아날로그적인 삶의 모습을 찾던 중 뉴욕타임스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제주행을 감행했다. 제주에서의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해녀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힘들어 '해녀학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담긴 모습은 제주해녀의 단편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거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강인함'을 읽고 또 영상에 옮겼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 사업 일환으로 지난 22일까지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 진행된 '울림'의 한 토막이다. 작가에게 해녀는 온전히 낯설고 또 의지의 상징이었다. 그것만 표출하기에 한계가 있던 까닭에 프랑스 피레네 산골의 염소지기라는 완전히 대조되는 대상과 연결하는 것으로 '윤회적 삶'을 도출했다.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61분)와 사진 20여점을 통해 병치된 염소지기와 해녀는 각각 프랑스와 한국, 산(육지)과 바다(섬)이란 시공간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의식처럼 반복하는 노동과 자연에 대한 경외, 피하지 않고 받아 안은 세월의 흔적 등으로 '울림'을 남겼다.

그의 화면속 해녀는 카메라를 향해 있다. 마치 기념물처럼 해녀를 담은 것이 아니라 숭고한 삶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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