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태지도 33. 애월읍 고내리

남당명파·손애숙구 '고내8경' 장관
식수였던 '먼물' 생태학습장 변모
올레길 카페·리조트 등 개발 한창

푸른 바다와 세찬 파도의 장관이 추위마저 잊게 만든다. 겨울바다의 멋과 제주해안마을의 역사문화를 품어 계절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고내리 마을 풍경이다.

마을탐방은 올레 16코스 해안도로에서 진행했다.

여느 도내 읍·면 해안마을처럼 고내리도 곳곳에서 개발이 한창이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카페와 음식점들은 물론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들이 눈에 띄면서 현대화된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중임에도 고내리는 예부터 전해지는 과거의 절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고내 8경'으로 전해지는 8곳의 명소가 바로 그것이다. 문인들이 자주 찾아 시를 읊으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경관은 현대인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중 '다락쉼터'에서는 깎아지른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풍경인 '남당명파'(南堂鳴波)와 수심이 깊고 에메랄드 빛을 띤 바다 경관인 '손애숙구'가 펼쳐졌다.

인근 '포세이돈 큰바위 얼굴'도 지나쳐서는 안 될 마을의 명물이다.

제주바다에 매료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포세이돈의 신화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큰바위얼굴은 올레꾼들에게 강한 인상을 안기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안경관을 감상하며 고내포구에 도착했다. 오랜 옛날부터 주민들이 거친 바다를 나아가며 생업을 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노동을 한 재일제주인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한적한 고내포구도 달리 보인다.

눈길을 끄는 마을 영문이름 조형물은 애향심을 바탕으로 삶을 이어온 주민들의 자부심이 담겼다. 인근에는 상하수도가 보급되기 이전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사용된 용천수 '우주물'과 마을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를 담은 돌탑인 '보호탑'이 있다.

바다하우스민박을 지나 고내 8경중 하나인 곡탄유어(曲灘遊魚) 지점에 이르니 만을 이룬 해안선과 노을이 절경을 연출했다.

이어 도착한 먼물은 옛 고내리 주민들의 음용수와 빨래터로 사용된 곳으로 원형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먼물은 곤충·양서류가 서식하고 철새들이 찾아오는 습지로서 생태학습장 및 휴식공간으로 도민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밀려버린 곳이지만 나름의 자구책으로 옛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개발의 바람속에서도 마을 본래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애향심이 있었다. 해안마을의 절경과 더불어 변화에 맞추며 숨쉬는 마을의 역사문화가 도민·관광객들의 기대를 높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