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산책 32. 전성희 「거짓말 학교」

학교를 둘러싼 비밀, 점점 미궁 속으로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세계 강하게 풍자
블랙코미디가 다큐로 보여지는 시대
지인들과 영화를 봤다. 요즘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웃자고 만들었다던 영화인데 근래 현실과 흡사한 부분들이 많아 씁쓸하다던 영화 관계자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성공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과 말도, 그리고 거짓으로 숨기고 덮어도 그것이 통하면 그걸로 힘이 되고 정당화가 될 수 있다는, 별 것 아닌 자존심이나 양심은 잠시 덮어두고 권력의 흐름을 읽고 잡으라던, 그 과정이 어떠하더라도 힘을 가지게 되면 자신들은 역사이자 주류의 흐름이 된다던 배우의 대사가 돌아서 나오는 내내 발끝에 걸렸다. 코미디가 다큐로 보여지는 시대, 블랙 코미디라 웃고 넘겨버리기엔 현실이 참 많이 아프고 답답하게 보이는 지금이다.
온갖 말이 난무하는 지금이다. 또한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이나 잘못된 행동도 옳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그것이 진실이자 힘으로 여겨지는 시대. 모른다는 말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뻔히 보이는 거짓을 슬쩍 넘겨버릴 수 있는, 그것에 대한 진위를 따지는 목소리가 더욱 공허하게 맴돌아 나오는 지금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말이 쏟아져 나오고, 검증되지 않은 말이 진실인 것처럼 꾸며지며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거기다 거짓을 넘어 가짜 뉴스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리 주변을 채워오고 있다. 거짓이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 거짓말이라도 수단과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라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흘러넘치고 그만큼 어떤 게 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혼란스럽기만한 지금. 우리가 거기에 서 있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그 속을 걸어갈 것이다.
거짓말 같은 진실, 진실 같은 거짓말
거짓말 학교. 거짓말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고 부와 명예를 창출하는지 가르치는 곳. 거짓말로 얻지 못할 것이라곤 없는, 거짓말이 바로 연금술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로운 거짓말을 교육의 지표로 삼아, 거짓말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창조적인 거짓말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으며, 자신들의 거짓말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국가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짓말의 가치를 드높인다' 는 거짓말 헌장을 암기해야 하는 학교. 학교장 추천으로 선발된 전교 1, 2등을 하던 뛰어난 아이들 30명이 모여 국가의 기대와 지원을 한 몸에 받는, 거짓말로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거짓말을 배우는 곳이다. 자기 자신마저도 속일 수 있는 완벽한 거짓말, 세계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거짓말 인재 양성이 학교의 목표인 곳. 그리고 세상에서 누구보다 성공하기 위해 거짓말 학교에 꼭 남아야한다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때론 진실이 거짓말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는 말을 하는 거짓말 학교 선생님.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짓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하고 국가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학교.
과연 이런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잠깐의 궁금증과 함께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라는 고민을 던지게 했다. 현재 우리 삶에서조차 구분되지 않는 거짓과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이 다 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좀 더 씁쓸하기만 한 내게.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더해진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좀 더 깊은 생각과 행동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정치가들이 위기를 모면하는 7단계 전략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보게 되는 뉴스에서의 모습들이 떠올라서다.
첫째, 사태를 전면 부인한다. 둘째,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한다. 셋째,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넷째, 이 모든 사태는 이번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다섯째, 비록 사태에 연루돼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섯째,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앞 단계의 모든 사항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사죄한다.
상황에 따른 선의의 거짓말, 필요한가
거짓말,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그 목적과 의도가 뚜렷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수용하거나 포용해야 하는 것일까. 역사의 흐름 앞에 용서받지 못할 거짓말 혹은 이해되지 못할 거짓말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 것인가. 선의와 악의의 거짓말을 떠나서라도 먼저 거짓말에 대해 어떠한 모습을 보여야할까.
무조건적인 거부나 저항의 모습을 보인다거나 겉보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볼 수 있기를.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믿음, 또한 자신만의 소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나 믿음만이 가장 큰 힘을 가진다는 책 속의 글귀에 굳이 의지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거짓말 학교 속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성공하기 위해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기 위해 서로와 경쟁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른 이들과는 다른 존재인 자신을, 무엇보다 깊이 들여다봐야할 자신의 내면은 들여다보지 못한다. 아니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 성공을 위해 다른 이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걸음만을 바라본다. 걸어가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기는커녕 그저 앞으로 달려가는 자신의 발걸음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아이들은 아픔을 느끼고 혼란과 어려움에 넘어지고 비틀거리게 된다. 곁에 있는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면서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 학교 속의 아이들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공과 힘, 권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로 많은 영향과 이점을 갖게 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곁에서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앞에 잠시 멈춰 서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여유를, 푸르른 하늘의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그려가며 잠시 쉼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선의의 거짓말이든 아니든 먼저 거짓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 아이들 스스로이며 또한 그것을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 아이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
| 전성희 강원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시절 서울에서 생활했다. 고등학교 내내 학업에 대한 부담감에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다른 생각만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큰 관심도 없었던 생물학과에 입학했지만 곧 그만두고, 다시 선택한 공부는 철학이었다. 그러나 철학 또한 자신이 할 수 없는 공부라는 결론 끝에 학교를 또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문학을 만난 뒤로는 인생의 빛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쓴 책에 빠져 있을 어린 친구들을 상상하며 히죽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거짓말 학교」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