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지시로 양민학살 현장조사 금지

지난 1999년 국방부가 제주 4·3을 비롯 6·25전후 양민학살에 대해 현지조사 금지, 군 작전의 정당성 주장 등 조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사실조사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지난 6일 공개한 국방군사연구소(현 군사편찬연구소)의 ‘민군관련 사건 연구결과 보고’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문건은 6·25 전후 미군 및 한국군에 의해 양민이 희생됐다고 제기되는 민원에 대해 국방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작성됐다.

문건에 따르면 1999년 7월 국방부 장관이 “제주도·문경·함평·영동·나주사건 등은 군이 보유한 자료를 섭렵하여 문제해결을 뒷받침 할 것”과 “군 작전의 정당성이 훼손 돼서는 안된다. 군의 최대 양보선은 양비론이다”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있다.

이는 국방부가 제주 4·3 등 한국전쟁 전후 행해진 각종 양민학살의 사실 노출을 꺼렸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장관 지시가 내려진 99년은 4·3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 등 진상규명을 위한 범도민적인 노력이 이뤄졌던 시점이어서 제주 4·3의 진상규명을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문건에는 당시 국방부에 미군에 의한 40건의 민간인 학살이 행해졌다는 증언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4·3연구소 관계자는 “제주도·문경·함평 사건은 제주 4·3을 시작으로 한 일련의 민간인 희생을 의미한다”며 “당시 국방부가 제주 4·3을 비롯한 양민학살의 진상 규명을 외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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