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1. '선택과 집중'

지원 급급 의견수렴 부족 따른 내분 목소리
평등.형평성 충돌…역차별·문화사막화 등 논란
제주 중심 아닌 글로컬 유산 관리 전환 주문

'제주해녀'에는 이제 2개의 큰 수식어가 있다. 하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제주해녀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지정문화재'(한국해녀)다. 환경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제주 해녀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둘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 두가지 모두 '공동체성'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최근 일련의 흐름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를 다시 곱씹게 한다.


성과 우선 후속작업 한계 

제주특별자치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곧바로 해녀에 대한 지원 현실화를 첫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유네스코 등재 기념식에서 원희룡 도지사는 특별지원대책이라는 이름 아래 소라가격 보전과 고령해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신규 해녀 초기 정착금 지원, 어촌계 가입비 지원 현실화, 해녀복 매년 지원 등의 카드를 꺼내 놨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현실을 달랐다. 현재 해녀 내부에서는 이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월 말 '해녀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공포 전부터 우려됐던 내용이다. 6월 진행된 의견수렴 공청회에서 해녀들은 형평성 등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고령해녀의 기준은 물론이고 신규 해녀 정착지원금 적용 시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중 고령해녀 지원금만 9월부터 반영된다. '현업'을 기준으로 70~79세와 80세 이상 해녀들에게 각각 매달 10만원과 20만원이 지원된다. 연령 상한 문제는 추후 '은퇴수당'신설을 통해 보완한다는 복안이다.

신규해녀 정착지원금은 결국 보류됐다. 연도별 차등 지원 등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신규' '만 40세 이하' 기준에 있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결과다.

㈔해녀협의회가 조직되는 등 사전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지만 당장 유네스코 등재에 따른 후속작업이란 성과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 빨간불

제주해녀의 전승?보존을 위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공동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 해녀 존속이 문제는 올해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미 1980년대 이후 해녀 수 감소가 사회문제가 됐고, 현재는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다. 당장 신규 해녀 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수입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겸업 또는 이탈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네스코가 '해녀의 존속'을 과제로 제시했지만 이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지 지원에 의존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있다. 고령화 등으로 사라질지 모를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누구나 해녀가 될 수 있는 지원 수단을 마련하는 것(평등·Equality)과 '해녀 정신'을 고취해 해녀문화의 가치를 전승·보전하는 것(형평성·Equity)의 충돌이 공동체를 흔들고 역차별 논란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이미 지적한지 오래다.

일종의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해녀문화의 기본인 협력과 배려 대신 소득 등 이윤이 우선 된다면 지금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유지되던 해녀 공동체의 약화는 물론이고 경제효과를 내세운 문화 변질과 사막화까지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

문화재?유산 가치 경쟁 치열

분명한 것은 해녀문화를 통해 제주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관광 효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화·개인화로 삭막해진 현대 사회에 인간성 회복과 지역 재생 같은 게석(물질을 구경하다 해녀로부터 조금씩 선물로 받는 해산물(제주어사전), 나이가 들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은 해녀나 초보 해녀들에게 물질을 잘하는 해녀들이 자신이 잡은 전복이나 소라를 나눠 주는 행위)으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섣부른 지원 정책으로 내부 논란을 만들고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책적 균형도 시급하다. 문화재청의 첫 '국가무형문화재 해녀 전승활성화 사업' 공모에서 ㈔다문화사랑회, 재단법인 민족문화유산연구회, 거제해녀아카데미가 선정됐다. 제주에서도 신청서가 접수됐지만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단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해녀토크콘서트?체험현장?도구체험.청소년체험프로그램 등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 많이 아쉽다.

이대로라면 '국가무형문화재'의 이점도, '글로벌+로컬' 무형유산 관리 체계의 완성이라는 목적도 다 놓칠 공산이 크다.

제주에서는 '제주해녀·해녀문화'가 1순위일지 모르나 국가 차원에서는 전국 19개 목록 중 하나고, 한국해녀의 일부다. 

김형선 작가 '해녀' 9월 29일까지 주캐나다한국문화원서 전시
건국 150주년 기념 문화행사 낙점…휴머니즘·페미니즘의 상징


바다가 아니더라도 해녀는 유영한다. 귀에 들리지 않아도 숨비소리가 가슴을 파고  든다. '문화'장치가 만든 힘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효과인지는 몰라도 올해 유독 많은 해녀 주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 '진정성'논란까지 나올 만큼 쏟아지고 있다.

어찌됐건 이 모든 것이 당장은 아직 빈 자리가 더 많은 '해녀문화'를 채우는,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해녀문화를 기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볼 만 하다.

꾸준히 해외에 제주 해녀를 알리고 있는 김형선 작가가 이번엔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캐나다한국문화원이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 행사의 파트너로 '해녀'를 선택했다.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캐나다 오타와 주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해녀 사진전이 진행된다. 오타와공공도서관 본관에서도 28일부터 9월29일까지 한달간 해녀를 만날 수 있다.

김 작가의 해녀는 금방 바다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모습들이다. 감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그녀들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수백, 수천의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오랜 세월 축적된 인내와 희생의 인생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등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한 때 상업사진 작업을 했던 김 작가는 지난 2012년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 고 있는 제주해녀의 삶에 천착하며 3년 여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2015년 뉴욕한국문화원 사진전을 시작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당시 미국 최대의 아시아 미술행사인 2015 아시아위크 뉴욕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앞서 영국국립해양박물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6일 개막한 '해녀 : 바다의 여인(Haen-yeo:Women of the Sea)' 전시를 5월1일까지 연장하며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을 접목한 제주해녀에 대한 감동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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