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6. 유네스코 후속 작업 2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1990년대 해녀회 등 공동체적 특성 해석…확대는 더뎌
'유네스코 등재 알지만 이유는 잘 모른다' 78%가 현실
역사적 자료의 사회과학적 접근…전승 정책 보완 주문

"해녀회는 단순한 친목단체와는 다르다. 그들의 절실한 실생활과 직결되고 나날의 삶과 얼키설키 얽힌 크고 작은 일들을 수평적 합의에 따라 결의하고 빈틈없이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물질과 물질하는 바다와 상관되는 모든 일을 해녀회에서 관장한다.…물질은 개별적 노동이지만 물질에 따른 모든 의미와 관행을 그 마을 나름으로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동체적이다. 이러한 사이에 해녀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가 선다" 제주도가 1996년 발간한 「제주의 해녀」에 나온 내용이다. 대분류로 '해녀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다뤘다. 해녀문화에서 '공동체'를 읽은 것은 당시를 기준으로 10년은 더 지나 이뤄졌다.

△ 아직 잘 모르는 '제주해녀문화'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1주년을 기념해 열린 '2017 제주해녀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한 세 개의 관점이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삼성여고 학생들이 진행한 '제주해녀의 공동체 문화와 전승방안' 연구발표와 이제 3년차에 들어선 새내기 해녀들이 읽은 해녀문화, 무형유산 구술연구 방법론이다.

완성도 등에 대한 평가는 차지하고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점이 주목됐다.

학생 중심의 해녀 연구가 기본 자료를 토대로 정리하거나 생애사 조사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삼성여고 학생들은 또래를 대상으로 한 해녀 인식조사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설정했다.

조사군이 132명에 불과했지만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낮은 관심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실제 조사 대상의 87.8%가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등재 이유를 아는 경우는 22.4%에 불과했다.

제주4·3같은 계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68.1%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녀·해녀문화에 대한 제주 도내의 보편적인 반응이라는 해석은 전승·보존에 있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는다.
 
△ 일방적 자료 수집 한계

새내기 해녀들의 목소리와 전통생태지식의 구술사 연구 방법은 맞물려 살펴보면 의미가 있다.
박재형 서울대 박물관연구원(인류민속부)은 서울시 마들농요를 중심으로 한 '무형문화유산의 현지 연구와 구술생애사 활용'발표에서 무형문화재와 무형문화유산의 구분을 강조했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 집단 개인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의 일부로 인지하는 관습과 표상 표현 지식 기술은 물론 그와 관련된 도구, 사물 가공물 문화공간'으로 정의 된다. 또 '공동체와 집단의 환경과 자연과 상호작용, 역사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그들에게 정체감과 연속감을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인류의 창의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도내는 물론 출향해녀 등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료 조사와 구술생애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박 연구원은 "구술생애사 연구가 질적 연구인 만큼 연구대상자가 갖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제시할 것"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연구대상 측면에서 무형문화연구 대상자가 구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 올바른 기억을 담아내려는 사회운동적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승 주체 외에 이를 알고 있거나 연된 이들의 기억을 통해 역사적인 자료를 사회과학적으로 다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채록된 구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입체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기대했다.

△ 인류 문화다양성 차원 논의 필요

새내기 해녀들이 볼 때 물질은 생계를 담보로 한 '고단하고 험한'작업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해녀들 역시 "바다에서 능력껏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힘든 작업을 감수하는 '억척스러운'이미지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해녀문화 전승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상군해녀 등을 따라다니며 바다 길을 배우고 물건 채취며 작업 전후 관리나 기본 수칙 등을 배우는 기존의 물질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틀을 인정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미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의 언급은 주목할 만 하다.

박 문화재위원은 '해녀문화 공동체'의 대상을 해녀에 국한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 문화재 위원은 "해녀문화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수록 활용과 보전의 가능성이 커진다"며 "제주 또는 우리나라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인류 문화 다양성의 한 축으로 키워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녀점자책.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 해녀 주제 서적 점자도서 점역·출판
동화에서부터 수필, 에세이형 교양서 등 이해·접근의 폭 확대


손 끝에 숨비소리가 걸린다. 왁자한 해녀들의 목소리가 점자를 통해 살아있다고 외친다.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이 「숨, 나와 마주서는 순간」, 「바다에서 삶을 캐는 해녀」, 「이여도로 간 해녀」 등 해녀를 주제로 한 서적 3종을 점자도서로 점역·출판했다.

동화와 수필, 에세이형 교양서 등 해녀를 읽는 시선이나 표현이 수위가 달라 해녀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숨, 나와 마주서는 순간」은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저서로 올레길에서 만난 제주해녀와 해녀를 통해 읽은 사람사는 법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강영수씨의 「바다에서 삶을 캐는 해녀」는 아내를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해녀와 부대끼며 느낀 사회문화적 특성과 해녀 특유의 언어를 통해 제주어의 특성을 살핀 시도가 새롭게 읽힌다.

「이여도로 간 해녀」는 동화작가 박재형씨가 쓴 책으로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다. 1932년 해녀항일운동을 모티브로 어른과 어린이 등 나이에 관계없이 제주해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글로 풀어써다.

책은 전국 점자도서관과 맹학교 등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에 무상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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