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만 맡기면 되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성장’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 과정에 ‘선택의 기로’가 있다는 데 있다.선택은 무언가를 취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무엇을 버리는 것.때문에 선택에는 고통과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년전 출간이래 전세계 청소년들의 상상력을 흔들어온 독일 소설 「크라바트(Krabat)」(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작·비룡소)는 14세 소년이 성장,청년이 되기까지 거치는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17세기 독일.이야기는 고아 소년 크라바트가 동네 헛간 건초더미에서 잠이 들었다가 꾸게되는 이상한 꿈에서 출발한다.

 꿈속에는 소년은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끌려 애꾸눈 마술사가 주인인 코젤브루흐의 한 방앗간으로 간다.견습공으로 마술사의 제자가 된 크라바트는 11명의 동료들과 방앗간에서 일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까마귀로 변해 마술을 배운다.

 방앗간에는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문다.방앗간에서의 1년은 외부세계의 3년.무엇보다도 크라바트를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매년 섣달 그믐날 동료들이 한명씩 죽어가는 것이다.크라바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랑하는 소녀가 마술사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 뿐.부활절 만난 소녀 칸토르카는 까마귀로 변한 12명중 크라바트를 찾아내는 시험을 치른다.

 환타지 형식의 이 소설은 크라바트의 모험을 통해 ‘성장’의 의미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작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77)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동화작가로서 평생을 어린이와 함께 했다.72년 해마다 세계 최우수 동화작가에게 주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크라바트」는 25권의 동화책 중 압권으로 꼽히는 그의 대표적이다.<8500원><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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