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재단(이사장 신용석)이 주최한 ‘제주인권학술회의 2000’이 25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서귀포칼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와 박원순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지하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한국 인권분야 학자와 활동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는 여성과 청소년, 아동,외국인 등 사회의 다양한 인권문제를 조명하는 자리다.

회의 첫날인 25일은 지명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이 ‘한국현대사와 인권’을 주제로 기조발표한데 이어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와 한인섭 서울대교수,박인혜 인천여성의 전화 회장이 발제가 이어졌다.

첫 기조강연에서 지 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 볼 때 친일파 처단 문제와 민주화 문제,인권문제가 같은 선상에 있다”며 “친일세력이 반공주의자로 살아남는 등 지금까지 이어진 왜곡된 한국현대사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상황이 되지 못하는 근본 문제를 안고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본제국주의가 친일파와 같은 반역자들을 도처에 양산했으며 이러한 친일파나 경찰세력이 해방후 반공세력으로 살아남아 반인권적 사회를 만들어나갔음을 의미한다.

“현 사회에 있어 인권을 생각하려고 할 때는 시민사회 성격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고 규정한 지 교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대중소비사회로서 인권이라는 측면에서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 시민사회가 시장경제나 국제적인 투기금융자본 앞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는 점과 동시에 사회라는 마비된 거대한 주체를 구하기 위해서 공동체 또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에 의한 사회관계,품위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 교수는 “여기에서 시민사회와 국가 관계가 재설정돼야하고 시민사회는 탈중심화의 시대에 있어서 국가 권력 뿐만 아니라 모든 기구와 세력에 대한 집단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에서 인권운동은 이러한 광범위한 시민운동과 궤를 같이하며 민주화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교수는 이러한 시민사회를 종전의 시민사회와는 내실을 달리한다고 해서 국내적으로는 시민과 대화를 하고 국제적으로는 특정한 국가이익을 넘어 행동하는 정부인 ‘시민사회국가’ 또는 ‘시민국가’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사회지만 대외적으로는 침략적 제국주의였던 과거 시민사회와 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민사회도 세계화해야 하고 시민운동 인권운동도 세계화해야함을 의미한다.

지 교수는 “이러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방안으로 국민국가가 취약한 곳 또는 지방과 지방사이에부터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보다 개혁적인 이념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거나 의식있는 시민의 앙상블을 생각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일상의 억압과 인권’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은실 교수는 “인권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치적 사회적 용어중 하나”라며 “인권은 막연한 개념이 아닌 역사성과 정치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특히 지난 30여년간 인종과 성에따른 차별철 폐 투쟁이 일어나고 이것은 일종의 권리혁명으로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우리사회에는 아직까지 수많은 반인권적 이야기를 개인적이고 사건적 문제로 소멸시키고 있다”며 “특히 남성중심사고를 비롯한 계급주의,성별주의,연령주의가 우리사회에 남아 인권문제를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왜 소수자의 인권인가’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개인은 다른 개인과 사회로부터 함부로 간섭받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며 “이는 다른 사람과 다를 권리에 대해 다양성으로 어우러지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 기준과 합치한다”고 주장했다.

한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이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다를 권리를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하다”며 “소수자에 대한 관용의 확대와 발언기회 확대,들어주고 인격의 존엄성을 가꾸는 일상의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김효철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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