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앙 언론의 4·3 사건 보도에 대한 홀대·편향보도는 제주도에 대한 차별의식과 언론인들의 역사인식 빈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한국언론재단·한국기자협회 주최, 제주도기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2002 기자포럼 ‘제주 4·3 진상규명에 있어서의 언론의 역할’에서 전 대한매일 김삼웅 주필은 “중앙언론이 4·3 사건 보도에 인색하고 왜곡을 일삼는데는 (4·3을) ‘폭동·반란론’의 편향된 이념적 경향으로 다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4·3이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 발생했다면 보도에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며 “역사의식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현재 진행중인 4·3 관련 내용을 취재·보도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4·3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사대의식에 젖은 한국언론인들이 4·3취재를 꺼리게 하고 있다”며 “국내문제까지도 외신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눈치보는 언론인들의 외신추종 습성”이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4·3 특별법은 그야말로 독립된 특별법인데도 독립입법의 정신보다 기속력이 없는 헌법재판소의 일부 의견을 4·3 사건 해법의 준거로 삼고자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다”며 언론인들의 법의식 부재와 법률상식에 대한 무지를 꼬집었다.

 특히 “4·3 사건의 본질은 공권력에 의해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는데 있다”며 “제주 4·3때처럼 군·경과 서북청년단이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적인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는 ‘제주 4·3 진상규명의 현대사적 의의’ 기조발제를 통해 “제주 4·3의 역사적 의미 중 주민집단 학살로서의 성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주도 주민들에 대한 집단학살은 명백히 반문명적인 전쟁범죄(War Crimes) 행위”라고 말했다.

 또 “1968년 유엔총회에서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같은 비인도적 범죄는 국내법상의 제한을 받지 않고 범행일시에 관계없이 소추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며 “유엔의 이 같은 결정은 4·3 진상규명에서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안종철 전문위원은 ‘제주 4·3 진상보고서 작성 어떻게 해야하나’를 주제로 발표, 5·18민중항쟁사의 작성경험에 비춰본 4·3 진상규명 보고서 작성의 방향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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