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아라동 한라자동차학원 서쪽.골목길을 따라가면 L씨주택(설계 김태민건축·대표 김태민)을 만나게 된다.

이 건축물은 방문자에게 두가지 기쁨을 준다.이 건축물의 외형은 주위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첫 눈에 확인 할 수 있다.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보는 일반적인 양옥주택의 전형과는 전혀 딴 모습의 서구풍 2층 목조주택이다.

현관을 열고 건물내에 들어가면 또다른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우리의 전통양식이 배어있다.겉모양이 서구풍이어서 내부역시 당연히 서구양식일 것이라는 관념을 깨버린다.그래서 기쁨은 배가된다.

특히 이 건축물은 우리민족 사상체계의 하나인 풍수사상을 담고 있다.음양론을 바탕으로 하는 풍수사상은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무턱대고 괄시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풍수사상은 대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법칙에 순응하는 우리 조상들의 정신이다.주거풍수에서 산 사람이 사는 곳을 다루는 양택론(陽宅論)은 햇볕이 잘 들고 안정감이 있는 따뜻한 집,전망이 좋은 집을 가장 좋은 주택의 요건으로 꼽는다.반면 대문에서 안방과 부엌문이 보이는 집,어둡고 그늘진 집은 그다지 좋은 요건으로 치지 않는다.

L씨주택은 이런 풍수사상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이 건축물은 남동향으로 배치돼 있다.주택 뒤편 남동방향으로 이 곳의 대지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숲을 그대로 살려 주택을 배치했다.자연을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자연의 품에 안기고 있는 셈이다.남동향으로 놓여짐으로써 현관에서 동쪽의 대문을 바라볼 때 시선이 마주보지 않도록 했다.이런 풍수사상은 주택내부에도 나타난다.현관에 들어섰을 때 주방의 방향이라든지,욕실과 안방의 위치가 풍수사상을 고려해 자리잡았다.

2층은 전망이 뛰어나 한라산이 내다보인다.지붕은 맛배양식이어서 지붕과 천장사이에 생기는 공간에 애틱(attic),즉 다락방을 만들어 건축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이 주택의 주인 L씨는 이 곳을 성경정소(性鏡靜所)라 이름지었다. 이 건축물은 또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평면을 구성,장식을 최대한 절제했다.이 점은 오히려 건축주에게 풍부한 공간 쓰임새를 제공하고 있다.<김형훈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