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발족된 도여성특별위원회는 기존 여성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보완·강화,여성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사무국을 설치하고 위원장 등을 민간에서 호선하는 등 민의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막상 만들어진 도여성특위는 시작부터 불안하다. 위원 위촉식에 참가한 위원들이 던진 첫 질문은 “어떤 기준으로 위원을 선출했느냐”는 것.참석 위원 모두 “이틀전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며 선정배경을 궁금해 했다.“직능별·전공별로 선발하면서 출신 고교를 안배했다”는 대답은 여성특위에 대한 의구심만 부추겼다.

 여성특위의 불안한 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이어 진행된 위원장 선출 문제는 ‘만나서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위원장부터 선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첫 출발인 만큼 위원장 선출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연장자를 위원장으로 선임한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선출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하다가 급기야 위원장 선출을 공개로 할 것인지 비공개로 할 것인지를 놓고도 실랑이를 벌였다.

정기총회서 도여성특위의 출발을 축하한다며 단상에 오른 도지사는 “A여고 출신은 A여고 선배에게, B여고 출신은 B여고 선배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이란 말로 참가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21세기를 맞아 우리가 버려야할 것 중에는 ‘혈연’ ‘지역’ ‘학연’ 등의 끈끈한 고리가 있다.하지만 이번 여성특위를 구성하면서 정책 결정자들은 ‘학연만 있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다.
 행사장을 떠나면서 한 특위위원이 던진 “처음부터 이런데 앞으로 특위 운영이 잘 되겠냐”는 자조섞인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고 미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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