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7-정선 아리랑 2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지역 기반·창작 콘텐츠 공통점
지속성·생명력 확보 등서 편차…공론·역할 분담 미흡
대표 공연 포장 보다는 문화 산업화 기본부터 밟아야

지난 2016년 11월 30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날아온 소식은 제주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당시 제11차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에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앞서 어떤 작업이 있었는지 차지하더라도 어쩌면 드라마틱했던 상황은 앞으로 만들어야 할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유산적 가치를 공유하고 문화자산으로 활용하자는 논의는 여전히 충분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이상 보기 힘든 '호오이스토리'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제주도는 '해녀문화 국제화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창작 뮤지컬 '호오이 스토리'를 내놨다. 예산 2억원을 투입한 작업은 '해녀가 원래 해신(海神)이었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시작해 힘겨운 삶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어머니 해녀'와 마을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빗창을 들고 나섰던 해녀들의 강인함(해녀항일항쟁), 제주어까지 다양한 소재를 담았다.

대중성을 겨냥한 아크로바틱 접목과 홀로 그래픽, 프로젝션 맵핑, 불턱'을 연상시키는 무대 설정까지 화제를 유도했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사업공고에서부터 결과물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준비 기간은 줄잡아 5개월 남짓에 불과했다. 2017년 1월 다섯 차례에 걸쳐 도민 대상 무료공연을 했고, 갈라 콘서트 성격의 공연을 진행한 것 외에는 유야무야 사라졌다. 킬러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다리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상설 공연화를 추진한다는 구상 역시 묻혔다.

그 보다는 같은 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제12차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해녀의 삶을 보여준 것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콘텐츠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한 책임은 제주도 전체에 있다. 예산이나 준비 부족을 떠나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공론과 역할 분담이 모자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승·보존과 발전·변화 조율

전통을 배후로 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전승·보전 체계 유지와 더불어 새로운 시대적인 흐름과 함께 변화 발전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노출로 인식을 높이고 공통의 문화적 가치를 융복합화 해 활용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활용할 인력 양성을 병행하고, '스타 인력'과 전문 인력을 가동할 재료도 준비해야 한다. 관련 소재 발굴을 통해 OSMU(원소스멀티유스) 전략을 실행하는 수순을 밟는 문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호오이 스토리'는 그런 면에서 많은 부분 미흡했다. 정선 아리랑극 '아리 아라리'의 성적표가 시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리 아라리'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진행한 문화올림픽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에서 한국 대표를 담당했다. 2017년부터 총 11억 6000만원을 들여 작업했다. 앞서 정선군은 평창 올림픽을 아리랑의 역사적·음악적 가치를 세계로 알릴 기회로 삼고 군민 참여의 '아리랑 무극'을 무대에 올렸다. 정선 아리랑을 기본 소재로 정선 아우라지 처녀·총각 설화를 견우와 직녀 이야기 등 친숙한 이야기와 엮어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정선군합창단과 사북오케스트라, 정선아리랑 보존회 등 정선군민 150여명이 출연했다.

이어 만들어진 '아리 아라리'는 록뮤지컬 장르를 연결하는 것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전통에 대한 해석이나 과도한 지역(정선군) 강조, 일부 선정성 논란을 빚기는 했지만 지난 한해 총 56회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1만 6000여 명이 관람했다.

△ '그 곳에서 꼭 봐야 할'

올림픽 효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정선아리랑'의 문화산업화 작업은 2013년부터 진행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정선 아리랑의 문화적 가치를 지역경제효과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 제시했고, 뮤지컬 등으로 활용하는 결과물로 이어냈다.

지게꾼과 떼꾼, 아낙네 물박장단 등 풍성한 삶의 소리를 바탕으로 총 10장으로 구성한 작품을 50회 이상 공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설화가 있었다. 아리아라리는 올림픽 기간 외에도 정선 오일장이 열리는 날 오후 2시 정선읍 아리랑 센터에서 공연됐다.

평창올림픽 문화프로그램 중 유일한 레거시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았던 것도 있지만 인구 4 만 명의 작은 도시를 찾을 이유가 됐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정선의 아리랑 공연은 임계사통팔달시장과 남면 민둥산 오일장, 신동대박장터 등에서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50회 넘는 신명 무대를 지역 주민·관광객등과 꾸렸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정선군은 올해 강원도내 7개 지자체 순회 공연과 전국 자매도시 및 문화예술 공연 초청 공연, 해외 공연을 위해 배우와 스텝을 공개 모집했다.

지역,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창작 뮤지컬이란 공통점을 놓고 볼 때 제주의 부진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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