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3.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안동시 전경. (사진=안동시청 제공)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브랜드' 주목 10년 사이 20배 ↑
하회마을 시작 세계유산·기록유산 잇딴 등재 시너지 극대화
지역 자산 주목…'하회별신탈놀이' 유네스코 3대 범주 도전

지난해 말 흥미로운 조사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안동(시)'의 브랜드 가치가 10년 사이 20배나 늘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형태도 없고 모양도 없는 이름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안동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생산성본부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첫 산출 값은 2261억원(2008년)이었다. 지난해 '안동'브랜드 가치는 화폐로 환산해 4조 40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툼한 문화사적 퇴적층

경북 안동시는 2006년 7월 4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브랜드를 특허등록했다. 뚝딱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2002년부터 기본 골격을 만들고 채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부 공식행사를 통해 알리기 시작해 지자체 슬로건 평가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안동이 가지고 있는 역사·인문 지리적 특성이 밑돌이 됐다. 안동은 민속·불교·유교·기독교로 이어지는 문화사적 퇴적층을 가지고 있다.

안동이라는 지명은 편안할 안(安)에 동녘 동(東)자를 쓴다. '편안한 동쪽나라'란 뜻이다. 이중환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서인 「택리지」에서 삼남지역 4대 길지로 안동의 하회마을과 내앞마을, 경주 양동마을, 봉화의 닭실마을을 꼽았다.

고려·조선조를 거쳐 오면서 현재 도 단위 격인 대도호부와 관찰부가 일곱 번이나 설치됐다. 지난 2016년 3월 경북도청 소재지로 웅부안동의 명성 회복에 나섰다.

이런 지리적 특성은 사람을 모으고 문화를 쌓는 역할을 했다.

안동은 종교적 편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적으로도 어느 한 시기에 집중되지 않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집을 창조한 신'으로 한국 민속문화의 모태가 된 성주신앙의 본향인데다 중국선불교의 경전적 근거가 된 '화엄 철학'의 본산인 봉정사가 위치한다. 조선조 정치철학·문학의 정점에 선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성리학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성리학의 실험적 철학과 유교적 삶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하고 근대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유네스코가 천명하는 '지속 가능한'을 현실로 옮겨낸 셈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안동의 브랜드 가치를 견인했다.

유교책판 (사진=안동시청 제공)

△문화유산이 키운 지역 브랜드

객관적 평가를 위해 동일한 기준(소비자 및 전문가 조사와 브랜드별 재무자료에 대한 조사)을 적용했다. 10년 전과 달리진 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경북도청 이전(2016년)과 중앙선 복선전철(2020년) 개통 계획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자산인 문화유산에서 찾을 수 있다.

안동시는 지난 10년간 안동 하회마을의 세계유산 등재(2010년), 유교책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2015년), 한국의 산지 승원 봉정사의 세계유산 등재(2018년) 등을 통해 지역 문화를 세계적 가치로 확산시키며 가치상승을 주도했다. 올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포함한 한국의 9개 서원이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됐다.

옛 교육기관 정도로 인식하던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3년에는 '2015년도 세계유산 등재신청'대상으로 낙점됐지만 2016년 4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서 '반려(Defer)' 결정이 내려졌다. 2018년 1월 최종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때까지 서원을 보유한 지자체간 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내용을 보완했고 응분의 결과를 받았다.

안동하회마을

△끊임없는 도전·노력 결과

유네스코 유산 등재 작업에 있어 안동의 노력은 주목할만하다.

첫 도전이었던 안동 하회마을의 세계유산 등재는 12년이란 준비 기간 끝에 얻은 결실이다. 안동 하회마을이 세계유산 등재 준비를 시작한 것은 1998년 7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되면서부터다. 시작은 안동 하회마을이 했지만 세계유산으로 공식 명칭은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이다. 준비 과정에서 문화재청 주도로 경주 양동마을과 연속유산으로 묶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2010년 8월 1일, 현지시각으로는 7월 3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등재를 확정하기에 앞서 6월 열린 WHC의 자문기구인 '보류(refer)' 결정을 받으며 불안감을 더했다.

ICOMOS는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대표적 양반 씨족마을인 두 마을을 한데 묶여 '연속유산'으로 신청하는 이유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다른 두 마을을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지속가능한 전승·보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 다음 과정은 드라미틱 했다. 불과 한 달 여만에 두 마을을 아우르는 '역사마을보존협의회'가 만들어졌고, 경상북도와 문화재청의 전폭적 지원을 확인하는 것으로 WHC를 설득했다.

현재도 유네스코에 내밀 도전장을 준비 중이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다음 목표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의 세계유산 등재 작업 때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끊임없이 존재를 알렸지만 아리랑과 김장문화, 제주해녀문화 등에 시의성에서 밀렸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르면 안동은 유네스코 3대 카테고리인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모두 보유하는 전국 유일의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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