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 '보통' 영웅을 만나다] 1. 제주 귀농 청년 채정식씨

모든 이의 삶에는 역사가 있다. 어쩌다 지나칠 사람들이지만 '제주에 살고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공유하고 내일을 함께 만든다. 그래서 일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싫증이 나지 않는다. 묵묵히 오늘을 채워가는 제주의 '보통' 사람들을 만나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삶을 나눠본다.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애월아빠들 근무…닭·계란 홍보 노력
귀촌 결정 쉽지 않아…"직접 농사하지 않지만 배우는 단계"
가족 모두가 응원 현재 생활 만족…"농축산업 활성화 목표"

"처음에는 다들 뜯어말리느라 바빴죠. 지금은 같이 할 정보가 있으면 달라고 난리예요"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제주 청년 채정식씨(28)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채씨는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애월아빠들' 경력 3년차 대표 직원이다.

보통 왜 제주에 사냐고 물으면 '환경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채씨의 환경은 조금 다르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라 청정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회사원 명함도 팠었다. 그런 그가 제주를 택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 운명에 가깝다.

쳇바퀴를 돌리는 듯한 일상에 지쳐 무작정 제주에 내려온 채씨는 이욱기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대표의 "함께하자"는 말에 기회를 봤다.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은 한라산이란 필터를 거친 좋은 물과 좋은 사료, 관심으로 닭을 키우고 계란을 생산하는 '젊은' 양계농가들로 구성됐다.

'애월아빠들'은 좋은 상품을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직배송은 물론이고 음식점을 연결하는 등 건강한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7년 입사 이후 채씨는 제주 농업 마니아가 됐다. 태어나 흙 한번 뒤집어 보지 않은 그였지만 지금은 닭 표정이나 계란 껍질 색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주변에서는 아예 '제주 사람'으로 알 만큼 친화력 갑으로 꼽힌다. 한창 친구가 좋고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을 나이지만 허투루 눈을 돌리지 않는다.

채씨는 "귀농을 한다는 것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며 "학교나 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농가 등을 지원하는 것이 청년 귀농의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한 "책과 달리 현장에서는 배우려고 노력하는 만큼 보인다"며 "이렇게 배운 것들로 제주의 농축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채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내가 큰 기계의 작은 부품처럼 느껴져 뭘 해도 불편했는데 여기서는 플리마켓에서 계란 하나를 팔아도 행복하다"며 "처음 걱정하시던 부모님이 이제는 열성팬이 됐을 만큼 제주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닭과 계란이 흑돼지와 흑우 등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제일 아쉽다"며 "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생각이다. 제주 계란이 제주 대표 상품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사람 좋게 웃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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