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알베르 카뮈 「페스트」

지구에 재앙이 다가오고 있으며, 머지않아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전쟁과 질병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매우 극적인 일화가 나온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원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린다. 갑자기 언어가 달라진 인간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신종 코로나'의 저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가면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신이 오만한 인간에게 바벨탑의 저주를 내린 거와 같이, 정신과 영혼을 도외시하고 갈수록 지나친 물질적 육체적 탐욕에만 빠져드는 인간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통렬한 경고를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세상 사람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에 떨며 계속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할 것이 아닌가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질병의 공포와 죽음,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절망과 희망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페스트」는 재앙의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운명이 어떠할 것인가를 일찌감치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인 셈이다.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 갑작스레 거리로 나와 죽어 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떨고 정부 당국은 페스트를 선포하여 도시는 엄격하게 격리된다.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해 그들을 하나로 묶었던 공동체의 고리는 하나하나 끊겨 사람들은 숨 막히는 폐쇄된 공간에 갇히게 된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쓰는 고립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일이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질병과 죽음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적극적인 사람도 있다. 

사랑과 공감의 회복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극명하게 보이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노력으로 생지옥으로 변해 가던 도시는 조금씩 회복된다. 작품 속에는 페스트와 맞서 싸우다 죽어 간 사람들과 그에 맞서 이겨 낸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작가는 절망에 맞서는 길은 희망에 대한 의지뿐임을 역설한다.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고 어두운 것이라 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인간의 마지막 저항이라는 것이다. 

「페스트」에서 인간의 의지로 도시는 다시 정상을 회복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희망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모자란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종교분쟁과 자연재해와 전쟁과 질병의 바닥에는 인간들 사이의 이기주의와 갈등과 탐욕이 놓여 있다. 오직 나만 잘 살아야 한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의 마음은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앗아가 버린다.

사랑과 공감의 정신이 사라진 이런 상황에서 지구의 재앙은 끊임없이 반복해서 나타날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 세상과 타자를 위한 사랑과 공감의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이 없을 때 이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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