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는 '멋진 신세계'인가 아니면 언제 어떤 형태로 소멸할지 모르는 위험한 행성에 불과한가. 그렇다면 지구가 안고 있는 치명적 위험은 무엇일까. 

최근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단체인 '퓨처스'에서 세계의 많은 과학자를 대상으로 '2020 위험 보고서'라는 설문 조사를 하여 그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 의하면 기후변화 대응 실패, 기상이변, 생물 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그리고 물 부족이 미래의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세계 5대 위험'으로 꼽혔다. 

인류 생존의 위험

과학자들은 주로 지구상에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만을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현상들은 이러한 것만이 아니다. 전쟁, 종교와 인종 문제, 정체불명인 질병과 싸움은 하루하루를 불안으로 이끌어 간다. 앞으로 과연 이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구는 정말 우리가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멋진 신세계' 인가. 

산업혁명 이래 인간이 끊임없이 발전시킨 과학기술은 드디어 인간 복제에도 성공한다. 복제 인간은 완벽한 신세계를 만들어낸다. 이제 인간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날 필요가 없다. 유전자를 조작하고 우성과 열성인자를 구별하고 지능과 외모를 정확하게 구분 지어 탄생시킨다. 

사람들은 각자 주어진 삶의 틀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간다. 불행, 절망, 아픔, 고통, 질투, 고독과 같은 단어는 이곳에서 필요 없다. 질병도 없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완벽한 유토피아다. 이곳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묘사되는 세계이다.

소설은 첫 장면부터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멋진 신세계'를 그려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계획된 틀 안에서 태어나서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외견상 자유로워 보이지만 전혀 자유롭지 못한 세계 속에서 삶은 영위된다. 그들은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감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충분히 즐기지도 행복감을 느끼지도 못한다. 모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같이 대량 생산되어 감정도 상상력도 없는 존재이다. 

과학기술의 성취와 한계

과학기술이 앞으로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내용과 방향이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영원한 유토피아로 이끌어 갈지, 아니면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갈 디스토피아일지는 아무도 가늠하기 힘들다. 

'2020 위험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10년 안에 이 지구에는 끔찍한 재앙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그 위험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전쟁에 의한 것일지, 생태계의 붕괴에 의한 것일지, 질병에 의한 것일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교만과 탐욕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의 끝은 어디일까. 이에 대한 근원적 반성이 없다면, 이 지구상에는 끊임없는 불행이 반복될 것임이 틀림없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지금처럼 적대적이고 갈등으로 가득할진대 어찌 이 세상이 온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과학기술의 힘에 기대어 앞으로 더욱 교만하고 더욱 탐욕스러워 갈 것이다. 과학기술의 끝없는 발전이 인간에게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