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12. 가파도 아기 해녀 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에도 감소세 여전
신규 양성 등 현실성 부족, 은퇴 유도 등 한계 우려도
'누구 탓' 해답 아니…어촌계별 다양성 등 환경 만들어야
 

제주해녀문화는 오늘날 해당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기능을 하는가?

제주인 중 어머니나 할머니가 해녀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제주해녀문화는 제주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친 파도에 테왁 하나를 의지하여 두려움 없이 뛰어들고 있는 제주해녀들의 모습은 제주인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제주도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메인 캐릭터로 해녀를 선정하였으며, '해녀노래'는 제주도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중 하나이다. 

제주도의 척박한 화산토양 탓에 제주해녀는 가정경제를 책임지기도 하였다. 또한 제주해녀들은 일정 구역의 바다에서 공동물질을 하여 거기서 나온 수입을 마을에 기증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학교바당'에서 나온 수입으로 학교를 건립한 마을도 있다. 이는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을 보여준다.  

제주해녀의 물질작업은 자연친화적인 채집기술로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 때문에 많이 채취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은 줄어든다. 마을공동체는 채취기, 잠수작업 시간, 잡을 수 있는 해산물의 크기를 규정하고, 물질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통제한다. 제주해녀문화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잘 보여준다.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인용)

△ 육성 조례 공감에도 내부 진통

제주 입장에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고령화와 공동화 등 사회환경 변화의 위협 속에서 해녀 공동체와 해녀문화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주문에서 비롯됐다. 여성으로 한국의 어업 근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해녀 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무엇보다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행위를 영위한 공동체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속가능한 해녀 문화 전승 보존을 위해서는 해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지며 다양한 시책이 나왔지만 제주 해녀 수는 여전히 감소 추세다. 

1970년대 1만4000여명으로 집계됐던 제주해녀(현직 기준)는 1980년대 들어 7800명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며 2000년 5789명으로 줄었다. 2017년 3985명, 2018년 3898명, 지난해 3820명 등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를 보기가 갈수록 귀해졌다. 

제주도는 2017년 6월 해녀어업을 보존하고 육성을 목적으로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 해녀학교에서 해녀 양성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어촌계 가입이 확정된 40세미만 신규해녀에게 월 30만원씩 3년간 지원하고 있다.

신규 해녀 지원 제도는 2016년 11월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논의가 이뤄졌다. 신규해녀 정책지원에 대해 102개 어촌계 332명의 해녀를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40세 미만 월 20~30만원이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제주에서 활동 중인 80세 이상 현역 고령해녀들이 은퇴할 경우 3년간 매월 30만원씩 '은퇴수당'도 지급한다. 2019년 5월 8일 공표된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시행으로 6월부터 80세 이상 현역 고령해녀를 대상으로 은퇴수당을 지원했다. 해녀 은퇴수당은 연로한 고령해녀의 무리한 조업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은퇴 후 일정기간 동안 소득보전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여건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 시행에 앞서 3월 고령해녀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어업인과 해녀 등 598명을 대상으로 은퇴수당 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은퇴수당 적정금액은 월 30만원, 지원기간은 3년이라는 답변이 54%로 가장 높았다. 또 현역 해녀의 은퇴수당 참여의사는 86%로 조사됐다.

공론 작업이 있기는 했지만 관련 조례에 대한 해녀 공동체 내부 불만은 계속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어촌계 가입 장벽? 부적응?

제주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한수풀·법환해녀학교를 통한 직업해녀 양성 프로그램에 힘을 실었다. 직업 해녀 개념까지 도입해 신규 해녀 양성에 공을 들였지만 정착률은 낮은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어촌계 가입' 장벽이 꼽힌다. 제주지역에서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협 조합원으로 가입을 위해 100만~200만원 출자금을 내야 한다. 또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하고 수산물을 120만원 이상 판매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제주도가 가입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힘들다.

그 마저도 어촌계 해녀들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102개 어촌계는 각기 다른 가입 규정을 두고 있다. 다양성 측면에서 각 어촌계 규정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공동체'라는 특성에서 접근하면 더 그렇다.

해녀 공동체의 중심에는 배려와 신뢰, 인정이 있다. 서로 의지하면서 스스로 정한 규율에 따르는 공동체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도두해녀회는 해녀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입 조건을 건다. 1년 중 61일은 반드시 바다에 갈 것. 이를 이행하지 않하면 해녀가 될 기회를 주지 않는다. 61일이라고 하지만 해녀 물질 작업이 물 때 같은 제약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의 호흡을 의미한다. 다른 조건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제안이다.

이 조건을 지키면 그 다음으로 해녀회 가입을 위한 재산권 분배 기준을 들을 수 있다. 해녀가 '물질 기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기본에 충실한 결정이다. 과거 해녀들도 "같이 물에 가자"는 말을 듣기 위해 적잖은 견습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현직 해녀들과 작업을 하며 바다를 배우고 호흡을 맞춘다. 전문 잠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물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녀 공동체를 이해해야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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