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나라 20대 여성이 대중교통 안에서 모욕을 당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알토에서는 60대 한인 남성을 흑인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코로나19 대유행이 "증오와 외국인 혐오, 희생양과 유언비어 유포의 쓰나미를 촉발시켰다"며 "전 세계적으로 혐오 발언을 종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인종이나 집단 등을 대상으로 한 혐오, 즉 '제노포비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과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SNS에는 혐오가 가득하다. 혐오성 글뿐만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듯한 글도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각자의 목표와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08년 89만명이던 외국인 주민은 10년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제주도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외국인 인구현황은 2013년 1만864명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2014년 1만4204명, 2015년 1만6960명, 2016년 1만9593명에 이어 2017년 2만1689으로 처음 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에는 2만5668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말 제주도 인구가 69만6657명인 것을 감안하면 3.68%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민 100명중 4명 가까운 수준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순이다.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음식업계와 농수축 분야에서 이뤄지는 고용형태 변화가 하나의 원인이다. 구인난을 해결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다보니 선원, 양돈장 관리, 감귤 및 밭작물 수확은 물론 도내 건설현장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되고 있다. 제주의 경제활동을 이끄는 주요 축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제주지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은 나타나고 있다. 특정 나라의 사람을 '그놈, 저놈'으로 부르는게 대표적이다. 2018년 예맨 난민이 제주를 찾았을 때 그들을 배척하는 혐오는 상당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민이나 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혐오하는 도민도 있다.

혐오는 공포와 무지를 먹고 자란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미국의 증오범죄학자인 브라이언 레빈은 혐오를 5단계로 규정한다. '편견→편견에 의한 개인 차원의 행위→차별→편견에 기반을 둔 폭력 행위→집단학살'의 형태다. 혐오를 방치할 경우 큰 사회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은 관광이다. 다문화를 수용하지 않고는 제주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제주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나 현재 나타나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커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주사회도 이제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보편적 인권교육과 다문화 교육을 확대해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러면 제주사회는 포용력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제주에 온 외국인 이주민 상당수는 이방인에서 어느덧 이웃이 됐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