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좁은 문」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앙드레 지드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지상의 행복을 쫓기보다 천상의 성스러움에 닿기를 원하는 인물 알리사와 그녀를 흠모하는 제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촌 남매 간인 알리사와 제롬은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다. 어린 시절, 제롬의 외숙모인 알리사의 어머니의 불륜 사건으로 비통함에 젖어 있는 알리사를 곁에서 위로하며, 제롬은 세상의 모든 공포와 악의 삶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는 것에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어느덧 성장한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제롬은 오랜 시간 소원해 왔던 대로 알리사와 약혼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그와의 약혼을 피한다.
그녀와 함께하는 행복을 꿈꾸는 제롬과는 달리, 깊은 신앙심을 지닌 알리사는 관능적이고 세속적인 현실의 행복에 안주하기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쫓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제롬의 사랑이 그의 영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일부러 그를 피한다. 제롬에게 강하게 이끌리면서도 계속해서 그것을 억누르는 알리사, 그런 그녀에게 가닿기 위해 애쓰는 제롬, 그들은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맴돌며 어긋나는 고투의 과정을 겪는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일반적인 세속의 사랑과는 달리 마치 그 자체가 한 편의 힘든 고행이자 정신적 순례기와도 같은 사랑을 그린다. 지상보다 천상의 행복을 사랑한 여인과 그 여인을 사랑한 남자는 "주여,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길은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너무도 좁은 길이옵니다."라고 말한다.
예수는 유명한 산상 설교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라고 말한다. 좁은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항상 어렵고 힘든 일이다. 문이 좁기 때문에 그만큼 힘써 도달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또한 그것이 좁기 때문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정신과 육체, 선과 악의 어느 한 길을 선택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신의 힘에 기대어 좁은 문을 통과하고자 한다. 그러나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라고 한다면, 이런 기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양심의 소리는 거부하면서 자신의 잘못이나 악을 구제받기를 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헛된 기도이며 공념불에 불과한 것이다.
좁은 문을 통과해서 천국이나 극락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말 깊은 양심의 소리에 따라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