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일시장 살인사건
은닉시도 등 계획범행 판단
생활고 아닌 인명경시 범죄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0.9.10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0.9.10 연합뉴스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제주시 오일시장 살인사건' 피의자는 흉기를 지닌 채 며칠간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진술과 달리 평소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며 생활비를 탕진한 사실도 밝혀졌다.

제주서부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강모씨(29)에 대해 사체 은닉 미수와 절도, 신용 카드 부정 사용 혐의 등을 추가해 10일 검찰에 송치했다.

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께 제주시 도두1동 제주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A씨(39·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범행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10시48분께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지난달 28일 월세를 내지 못해 살던 원룸에서 나와 사건 당일까지 자신의 탑차에서 숙식하며 3일간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또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인적이 드문 지역을 배회하다가 사건 당일 피해 여성을 발견하고 밭으로 끌고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지난 7월 택배 일을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가 자신 명의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고, 평소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며 생활비를 탕진했던 점과 5000여만원의 대출까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아 사체 은닉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이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강씨는 범행 5시간만인 지난달 31일 0시17분께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아 시신을 5m 정도를 옮기다 포기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진술했다.

또 훔친 신용카드로 편의점과 마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식·음료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범행을 인정했다. 그 누구든 범행 대상이 됐을 수 있었다. 인명경시에서 비롯된 계획적인 흉악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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