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16. 유산 관리 방안과 방향③
기후변화·코로나19 등 위기 속 전략적 정보 주목
"공공 이익 투자, 지속가능한 기회 제공"에 관심
공동물질·게석 등 해녀적 접근 환경 보호 영향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은 자연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제주 바다만 하더라도 갯녹음 현상을 비롯해 자원 고갈 문제, 저수온과 저염분수, 괭생이모자반 등 유해 요인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고민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해녀·해녀문화의 전승·보전은 단순히 공동체를 유지하고 가치를 활용하는데 국한하지 않고 자연자원, 특히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 적응하며 오늘날까지
무형문화유산의 범주 안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안정된 기후,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및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응해 공동체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 인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줄이는 데 필수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다.
해녀가 그러했듯 무형문화유산는 세대를 통해 축적되고 변화해 온 전통지식, 가치 및 관습들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들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상호교류를 하는 데서 시작됐다.
바다가 먼저인지, 해녀를 우선해야 하는지 같은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무형문화유산의 기여는 생물 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자연재해 대비 및 대응 등의 많은 분야에서 인식되고 또 접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해녀는 공동체의 배경인 바다 및 자원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같은 자리에 다양한 종의 성장 가능성을 살피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나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해양 황폐화와 자원 고갈 등의 이슈 속에서 제주 해녀의 '키우는 어업(종패사업)'과 바다 환경 정비(갯닦이 등) 노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제주해녀는 또 해양 생물 다양성 과제를 다룰 수 있는 전략적인 정보들을 갖고 있다.
어류 및 해조류의 생태와 행동, 이동, 서식지 및 어업과 계절에 따라 적응된 어획 관습 등 세세한 지식들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지식은 해양생물다양성 보존과 보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관습들의 공유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들과 연구자들 사이의 국제협력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자연 자원관리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이루는 데 대단히 기여할 수 있다.
△ 포용적인 경제 발전 모델
무형문화유산은 다양한 생산활동을 수반함으로써 화폐 및 비화폐적 가치 모두에 있어서 경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 특히 지역경제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주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 중 하나인 협업과 배려는 의도한 적은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 공감을 사고 있는 '포용적 경제(inclusive economy)'와 맥락을 같이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코모호수 인근 도시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제46회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 개막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경친화적이고 포용적인 경제시스템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사회·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불평등과 환경 파괴 등의 지구적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며 "경제학이란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배려와 관심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딘지 익숙하다.
앞서 5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주주총회 전 공개한 메모를 통해 "포용적 경제는 더 강하고 더 회복력이 있는 경제"라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고 더 많은, 오래 방치된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롭지 않다.
△'함께 하는'방법 유지
며칠 전 제주 이호·도두 어촌계가 공동물질에 나섰다. '공동물질'은 큰 행사가 있거나, 공공기금 조성이 필요한 경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물질 하는 것을 말한다. 김녕어촌계의 경우 매년 잠수굿을 치르기 위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물질을 한다. 마을어장에서 작업한 해산물을 판매한 비용을 공동으로 쓰는 형태다. 계원 전원 참석을 기준으로 한다.
사실 20년 전만 해도 해녀나 잠수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학교바당'이였다. 힘들게 물질해서 모은 돈으로 해방 후 초등학교와 마을공동시설을 지어줬다는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1994년 남원읍 태흥2리 잠녀들이 잠수회를 중심으로 '사랑의 소라 모으기 운동'이 전국적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초반에는 월령리 잠수회가 속칭 '검등머리'해안 일대에서 공동작업한 소라 등 어패류 판매액을 몸이 아파 쉬거나 70·80대 고령으로 작업이 힘든 해녀들과 나눈 사례도 있다. 지금은 이름으로 남아있는 가파도 할망바다 역시 좋은 예다.
'게석 문화'만 설명해도 된다. 불턱에서 만들어진 게석은 과거 작업에 서툰 초보 해녀들을 응원하고 나이 많은 해녀들의 상실감을 채우는 '한 주먹'을 말한다. 작업이 끝나고 난 뒤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망사리를 채워주는 행동은 '공동체'와 배려, 포용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게석은 제주어 용어 사전 등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녀가 나눠 주는 인심 형태로 전하고 있다. 고미ㆍ한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