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웬들 베리 「삶은 기적이다」
세상에 생명 가진 모든 것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같은 흙의 진리를 외면하며 오직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오직 "좀 더! 더! 더!"를 외치며, 불가사리처럼 끊임없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먹어치우고자 하는 욕망에만 빠져들고 있다. 그 결과 지구 곳곳에서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낯선 질병이 창궐하고, '지구의 지평'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좀처럼 자신의 모습과 삶을 바라보지 못한다.
"네잎 클로버를 따려다가 들판의 수평이 기울어질까 봐 차마 딸 수 없었다."는 어느 시인의 절실한 마음이 우리에게 사라지고 없다. 미국의 농부 시인 웬들 베리(Wendell Berry, 1934-)가 한 말이다. 그는 농부이자 철학자이며,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미국 켄터키 주 농부의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전통 방식의 농사를 배우며 자랐다. 켄터키대학교에서 문학 교수로 일하다가 마흔네 살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농부로 살기 시작했다. 농사짓는 작가로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현대 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땅과 사람의 관계를 고찰해 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들로부터 출발해 지구의 문제로 확장해 가는 근본주의적 시선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많은 성찰과 고민을 던져 주고 있다.
웬들 베리는 현대산업 문명을 폭력적 '철거 문명'이라고 비판한다. 현대 문명은 개발에 그 본질적 성격이 있으며 이는 다분히 폭력에 바탕 하고 있다. 개발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땅에 대한 충직함, 이웃 간의 인정을 거부하며 모든 것을 뿌리째 뽑아 버린다. 돈이 되기 위해 땅을 파고 나무를 베어 건축하고 오래된 집들은 뉴타운을 위해 철거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옛 시골에서의 인간다움과 정서는 사라지고 만다.
베리는 가족의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곡물과 채소는 물론 먹거리를 완전히 자급자족함으로써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나무로 만든 그의 집은 숲에서 주워 온 나무로 난방을 한다.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만 전력을 이용한 난방시설은 없다. 컴퓨터는 없고 오래된 타자기를 사용해 낮에만 글을 쓴다. 그의 생활은 우리네 옛 시골 생활과 너무 흡사하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우리가 무한정 쓰고 소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절약하고 보존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과잉과 낭비가 아닌 검약과 돌봄, 절약과 보존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자연을 바라보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답고 위대한 일은 없다.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땅과 함께 하며 농사를 지을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너그러워지고 풍요로워지게 될 것이다. 아귀다툼 같은 도시를 떠나 시골에 은둔해서 사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거나 어리석게 보일 수 있지만, 낮의 노동과 밤의 정적과 붉은 새벽노을을 경외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시골에서이다.
이 세상의 진정한 평화와 사랑은 자연에서부터 나오는 것임을 베리는 우리에게 일러준다. 그는 '야생피조물의 평화'라는 글에서 "구름은 바람과 함께라야 자유롭고, 비는 떨어질 때라야 자유롭고, 물은 서로 모여 낮은 곳으로 흐를 때라야 비로소 자유롭다."고 노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