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언론동지회 결성..제민일보 창간 이끈 주역
제주 현대사, 한국 언론사의 '살아있는 기록'

"우리는 지켜야 할 윤리의 기본을 '진실에 대한 충성'으로 확인하고, …언론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거나 개인 명예를 내세우기만 하는 사이비 언론에 굴종하기보다 진실한 언론을 위해 신명을 바치기를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자유롭고 진실한 생존을 위해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고귀한 가치가 아닌가"(참언론동지회 결성 취지문 중. 1990. 1. 29.).

격동의 제주 현대사의 중심에서 '기록자'와 '감시자'의 사명을 수행하며 '참언론'의 기치를 지켜왔던 김지훈 전 제민일보 초대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제주신문 기자로 펜을 잡은 후 KBS제주방송국 기자, 제주신문 사회부장?체육부장?편집국장 서리, 제민일보 1·4대 대표이사,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언론인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 대학살'이라고 불리던 '5공 정책'에 항거하다 강제 해직을 당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정권 퇴진 이후 9년 만에 언론계에 복귀했다. 다시 1990년 1월 5일 직원 115명이 한날한시에 집단해고되는 '제주신문 사태'를 겪는다. 고인은 당시 해직사원들은 정론을 펴는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와 새 신문을 창간해야 한다는 의지의 중심에 섰다. 이를 위해 결성한 '제주참언론동지회'의 초대 회장으로 거듭되는 역사의 미련지사를 막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세계 언론사상 처음으로 사원들이 주주로 참여해 창간기금을 만들고, 도민주 공모로 제민일보를 탄생시키는데 앞장서는 등 한국 언론사의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이다.

고인은 현직에서는 물론 언론인으로 지역 사회를 지켜보는 자리에서도 '참언론'을 강조했다.

제민일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초심'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제민초대석에서도 거듭 당부한 말이다. 당시 고인은 "제주 언론 환경은 춘추전국시대 같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면서 언론사 운영도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경쟁이 심화 되면서 경영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게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추구해야할 정론직필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어려움 속에서도 언론이 사명을 다했는가 자문을 해보면 더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고 '초심으로'을 강조했다.

후배 언론인들은 제주 언론사에 남긴 고인의 업적을 기려, 지난 2019년 제주언론인클럽 창립 20주년을 맞아 제1회 제주언론인상 특별상을 수여했다.

빈소는 부민장례식장(3층)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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