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토마스 하디 「테스」

세상 만사는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것인가. 사람들은 자연 현상이나 인간사는 모두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에 변경시킬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을 우리는 운명론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인기를 끌던 대중가요 중에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끈 것은 경쾌한 곡조와 재미있는 가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끈 때문이지만, 이 노래의 제목이 철학자 니체의 '운명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니체는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니체는 운명애(運命愛), 즉 '아모르 파티(amor fati)'라고 했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불행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치는 운명을 적극적으로 사랑함으로써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불행마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임을 강조한다.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에게 운명을 거역할 힘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동안 수많은 인간사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운명과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이 거대한 운명의 힘에 맞선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애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명한 영국 작가인 토마스 하디의 『테스』라는 작품이 있다. 소설에서 순진무구하던 시골처녀인 테스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길에 의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게 되고, 결국은 살인까지 저지르는 비극을 겪게 된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이라는 커다란 의지에 의해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내동댕이쳐지고, 끝없는 불행의 나락에 떨어지는가를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품에서는 모든 운명이 시간과 공간의 틀에 짜여 테스를 그렇게 만드려고 정해진 것처럼 움직인다. 순진무구하던 시골처녀 테스는 사랑하는 클래어로부터는 '순결을 상실했다'는 고백 때문에 첫날밤에 버림을 받으며, 결국에는 첫남자인 알렉을 살해하는 비극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다. 이야말로 맹목적 의지(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사랑만이 운명이었던 여인 테스, 그녀의 운명처럼 우리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의 삶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 힘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때 그곳에 갔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진작 만났더라면, 그때 그 일을 더 열심히 했더라면, 내 인생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보다도 더 큰 부자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거나,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진행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길이 다가와 앞길을 가로막아서기 일쑤였다. 아무리 착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많다. 그래서 때로 신이 존재하는가 라고 불평하거나 애꿎게 하늘을 원망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어떡할 것인가. 잘되어도 나의 운명이고, 잘못되어도 나의 운명인 것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면 나쁜 운명은 멀어지고 행운의 운명이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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