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제임스 힐튼 「잃어버린 지평선」
유토피아(utopia)란 현실적으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영국 작가이자 정치가인 토머스 모어가 1516년 '유토피아'에서 만든 말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인 이상향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을 더욱 그리워하고 동경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동서양의 작가와 철학자들도 유토피아를 다양하게 묘사해왔다. 유토피아의 역사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상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동양에서는 '귀거래사'로 유명한 도원명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릉도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1933년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이 펴낸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소설에서 샹그릴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샹그릴라는 히말라야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의 이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소설 속에서는 가상의 도시다.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샹그릴라는 인류의 이상향을 가리킨다. 이상향 샹그릴라는 히말라야와 티베트 국경 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라다크에 인접한 신비한 지역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1930년대 초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 영사 콘웨이 등 네 사람이 탄 비행기가 의문의 티베트인에게 납치되어 히말라야 산맥 너머로 사라진다. 비행기가 불시착한 곳은 티베트의 험준한 산중에 감춰진 불가사의의 도시 샹그릴라다. 샹그릴라의 비밀에 다가선 네 사람은 새로운 운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이곳은 인간의 복잡한 욕망과 혼란스러운 세속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늙음과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낙원이다.
마을에는 8400미터 높이의 '푸른 달의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라칼라 산과 험준한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이곳에는 한 번 들어가면 돌아오기 어려우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는 불로장생의 장소이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로 그려지고 있다.
인류가 그리는 상상 속의 이상향이어서인지 히말라야 근처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샹그릴라에 이르는 길을 기웃거린다.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에서는 이곳에 당도하기를 갈망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샹그릴라로 안내한다. 히말라야 산 속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이 마을로 가는 길이 과연 우리들 삶의 현실에서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을 지닌 샹그릴라 같은 이상향에서 살아보는 것이 인간의 소망이다. 오늘도 가정과 직장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현대인에게 샹그릴라 같은 마음의 안식처, 육체의 휴식 공간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샹그릴라는 언젠가 실현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비밀스러운 공간일 것이다.
인간은 꿈꾸며 사는 존재이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일에의 꿈이 있기 때문에 힘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지금 당장 이루어질 수 없지만 언젠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꿈, 지금 당장 갈 수 없지만 언젠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할 수 있다. 모자라고 힘든 현실을 우리는 유토피아에의 꿈으로 채운다. 지금의 현실이 지옥 같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낙원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늘은 잠시라도 일상의 모든 시름을 던져버리고 저 세상 어딘가에 있을 나의 샹그릴라를 찾아서 떠나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