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과 전국 언론인의 참언론 열망으로 1990년 6월 2일 첫 발을 내디딘 제민일보가 오늘 창간 31주년을 맞았습니다.

첫 출발 당시 임대한 감귤창고 하나에 불과했던 제민일보는 독자 도민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채찍에 힘입어 지역 언론의 거목으로 성장했습니다.

제민일보가 창간 31주년을 맞았지만 도민들의 저력을 모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도민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제주사회에 시련을 주는 것은 비단 코로나19의 외부 충격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 저성장과 도민 분열상은 제주공동체의 발전을 후퇴시키고,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주경제의 성장 위기는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국내·외 투자유치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2016년 전국 1위로 상승한 제주경제성장률은 불과 3년만인 2019년 전국 최하위로 주저앉았습니다. 2019년 주민 1인당 소득 역시 하위권에 머물면서 '가난한 섬'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기업 가계의 자금난은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와 환경을 우선한 제주도의 관광개발사업 규제로 관광 건설업은 물론 농림어업 등 주력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심화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농수축산업과 제조업이 침체되더라도 관광 건설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지역경제를 지탱했지만 올해는 모든 산업이 동반 침체되면서 도민들의 근심이 적지 않습니다.

관광 건설업의 장기 불황으로 고용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수가 1년새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실업률이 외환위기 수준까지 치솟는 고용절벽 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경제가 이처럼 대내·외의 악재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 성장판이 열리지 않으면서 청년층 인구 감소에 따른 제주공동체의 소멸 위기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20 30대 청년들이 저임금과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서울 등 대도시를 찾아 떠나면서 제주를 새롭게 설계하고 이끌어 갈 인구소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민 분열상도 제주공동체를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역현안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악화되면서 제주공동체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크게는 제주사회 전체부터, 작게는 마을 단위에 이르기까지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찬·반 대립이 심화되며 분열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발전과 환경보존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지만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할 상호신뢰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가 저성장 위기와 도민 분열상을 극복해 평화 번영의 복지공동체를 실현하려면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한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도민의 삶을 살찌우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예전처럼 차별과 대립의 낡은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저성장과 도민 분열상 극복은 고사하고 공동체의 존립조차도 불가능하기에 도전과 혁신의 경영마인드가 도·도의회 시민단체 등 제주사회의 각 주체들에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제주는 지금 다른 지역 국가처럼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국내 도시들도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제주 역시 혁신의 과제를 부여 받고 있습니다. 현실에 순응하거나 불평하면 마을은 물론 제주공동체 발전의 수레바퀴도 돌릴 수 없습니다.

창간 31년을 맞은 제민일보는 도민들이 경제 저성장과 도민 분열상을 극복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지면에 반영함으로써 창간 당시 밝혔던 미래 지향적 지역신문으로서의 맡은바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6월 2일 제민일보 회장 김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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