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을생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제주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의 첫 시사회가 제주에서 열려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고진옥(고두심 분)이 서울에서 자신을 취재하러 온 다큐 PD 경훈(지현우 분)을 만나 제주의 독특한 문화적 환경과 역사를 이해시켜 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랑의 경계를 넘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기에 해낼 수 있는 제주어 구사며 마음으로 토해내는 제주의 아픈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기를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 영화가 제주 영화인 것은 오롯이 제주에서 제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이야기이며 그 삶의 터전에서 살아야만 하는 일상적 바탕이 제주문화라는 또 다른 콘텐츠로 그 가치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제주문화와 자연의 위대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서귀포시는 제주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를 '노지문화'라고 표현한다. 노지문화는 즉 자연, 바람, 돌, 올레, 해녀, 제주어, 초가, 감귤, 각 마을의 고유문화, 지역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서귀포시는 '노지문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2019년 말 정부로부터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문화 서귀포'를 비전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행사 추진에 어려움이 있지만, 소규모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문화인력 양성 교육, 지역 동아리 대상 노지문화탐험대 활동 지원 등 서귀포 고유의 노지문화를 발굴하고, 아카이브(기록)하고, 콘텐츠화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즉 제주가 가진 문화를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활용하며 그 가치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노지문화를 발굴하는 생태문화씨앗사업, 문화농부 성장 과정을 디자인한 창의 문화농부사업, 마을 유휴공간의 문화공간화 등 미래문화텃밭사업, 서귀포다운 문화 브랜드창출을 통한 사업 등 큰 카테고리를 갖고 시민 중심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문화도시로서 우월권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만의 색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지형적 특성과 동서쪽에 확연하게 나타나는 언어 구사는 물론 일상의 방식도 서로 다르다. 그렇지만 제주 섬이 태동한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 밑바탕인 제주다움의 노지문화라는 정체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잘 이어나가고, 우리 자신도 모르게 사라져 가는 그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여 삶의 든든한 기반으로 다져 나가고자 한다. 그냥 일상이기에 관심 밖에 있어 잘 모르는 시민들도 아직은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체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더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민 주도성과 민관 거버넌스라고 본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고 가치를 탐구하는 내발적 확산이 중요하다. 그에 맞춰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도시센터와 행정 그리고 전문가 등이 합이 되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문화정책을 펼쳐 나갈 때, 서귀포시는 진정 '온 시민이 함께 가꾸어 나가는 문화도시'가 될 것이다.
서귀포시 마을 구석구석 어느 곳,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문화로 감동 받고 문화로 가슴 뛰는 살아있는 문화도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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