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1883~1957)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현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아테네대학교 법대 재학 시절에 『뱀과 백합』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한다. 졸업 후에는 파리로 유학하여 베르그송의 가르침을 받고 니체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것은 여행과 꿈들이었다"고 할 만큼 카잔자키스의 삶은 여행의 연속이었다. 그리스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를 여행했고 다수의 기행문을 출간했다. 1917년 여행 중에 만난 요르기오스 조르바스와 함께 갈탄광 개발 사업을 하다 실패했으나, 이때의 경험을 다룬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다.
작품의 화자인 '나'는 노동자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크레타의 갈탄광으로 가는 길에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겁에 질린 불쌍한 인간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살고자 세워놓은 윤리, 종교, 조국과 같은 장애물을 단번에 깨뜨리고자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때로 갑자기 격정에 사로잡히면 벌떡 일어나 바닷가의 굵은 자갈밭 위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는 신화 속의 시시포스와 같이 끊임없이 바위 굴리기를 되풀이하는 삶을 즐기며, 묵묵히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사자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작품은 전혀 다른 두 인간의 성장과 우정을 보여준다. 이성적인 면을 중요시하며 세상에 뛰어들어 행동하기보다는 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책벌레인 '나'는 길들여지지 않은 위대한 영혼 조르바를 만나서 인생에 큰 변화를 겪는다. 관념은 던져버리고 직접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원시 속 사냥꾼 같은 직감과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창의성으로 내면의 소리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고 맞서는 조르바의 모습에서 '나'는 영적 스승의 모습을 본다.
작가는 작품에서 "인생이란 수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고, 참회하는 긴 여행이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요컨대 작가는 조르바처럼 삶의 매 순간을 제대로 살며 모든 것을 찬미하고 제대로 느끼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주장한다. 작품에서 '나'는 현실을 온 몸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조르바를 보면서 점점 삶에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이렇게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삶과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현대적 삶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유는 여러 가지다. 물질로부터의 자유, 사회적 제도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경직된 사유와 관념으로부터의 자유를 소망한다. 남으로부터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를 꿈꾸고 새로운 삶을 갈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구속하고 있는 스스로 만든 틀은 무엇이며, 나를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쉼 없이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영원한 자유를 누리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