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화백作 '동백꽃 지다' 계기
4월이면 꽃송이 '툭'…희생자 연상
꽃말 기다림, 애타는 사랑 등 다양
배지 달기 등 화해·상생 의미 알려
올해로 74주년을 맞은 제주4·3을 상징하는 꽃은 동백이다.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쓰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4·3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긴 세월 동안 4·3 희생자 유족들은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통한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20세기 대한민국 비극 가운데 전쟁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인 4·3의 아픈 역사를,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 할 이야기를 동백꽃으로 기억해보자.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붉게 핀 동백꽃을 바라보거나 한라산 꼭대기에 쌓인 흰 눈을 쳐다 보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 모습 속에 숨겨진 피의 역사가 떠오르곤 한다. 흰 눈 위에 동백꽃보다 더 붉게 뿌려진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아니 벌써 잊었다고 생각이 드는..."
1988년 「여성중앙」11호에 기록된 김인생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이다.
이처럼 동백꽃은 겨울에 펴 4월이면 새빨간 꽃송이가 툭하고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4·3 당시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동백꽃이 4·3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1992년 강요배 화백의 4·3 연작인 '동백꽃 지다'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에서도 언급된 '동백꽃 지다'는 4·3 민중항쟁역사 인식을 알리는데 기여했으며 1998년 화집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동백꽃은 기다림, 애타는 사랑 등 다양한 꽃말이 있다. 특히 붉은 동백꽃은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기다림의 꽃인 동백처럼 4·3 희생자들은 오랜 시간 진상이 밝혀지고 진실이 울려퍼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땅에서 쓰러져간 4·3 희생자들의 고통과 비극의 역사를 동백꽃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건 어떨까.
△4월 배지로 추모 동참
'4·3 70주년 제주 방문의 해'였던 2018년 4·3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많은 기념품과 책이 제작됐다.
가장 대표적인게 바로 동백꽃 배지다.
동백꽃 배지는 4·3평화재단, 제주도, 4·3 70주년기념사업회가 각각 제작한 배지가 있다. 또 학생들이 만든 것도 있다.
동백꽃 배지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언론과 SNS 등을 통해서다.
정우성, 김혜수 등 유명 연예인들도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4·3과 동백꽃 배지가 큰 관심을 모았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지난해 4월 한 달간 열린 매 경기마다 유니폼 가슴 부위에 동백꽃 배지를 부착하며 추모의 뜻에 동참하기도 했다.
오는 4월 가슴에 화해와 상생을 의미하는 붉은 동백꽃 배지를 달고 4·3 희생자들을 추모해보자. 김재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