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알랑 바디우 「사랑예찬」

사랑이란 말보다 고결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렵고 힘들다. 개인과 개인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의 의미와 종류는 다양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의 사랑은 에로스라 불렸는데, 이것은 이성 간의 육체적인 사랑에서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동경과 충동을 의미했다. 그리스도교에서의 사랑인 아가페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이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어떠한 경우이든 사랑은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며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을 가르킨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따뜻하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낳으며 그러한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따뜻한 가슴과 감정을 지니고 서로 사귐을 갖고,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이다. 한국인들이 관습적으로 '정을 주고 받는다'고 말하는 것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는 사랑에 대한 소망, 열정, 욕망이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을 준다' 또는 '마음을 바친다'라는 말에는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남녀 간의 애정 표현으로서의 사랑의 범주에는 소유욕과 욕정이 엉킨 쾌락 원리의 충동이 두드러진다.

사랑은 복합적인 인간 심성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믿음과 배신, 시기와 질투와 같은 감정이 따르기 마련이고, 도덕심과 윤리의식도 수반된다. 서로 간에 교환되는 고마움과 미움, 훈기와 냉정까지도 사랑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랑에는 적어도 종교에 버금할 만한  깊은 믿음이 강조되는 심성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담론에서는 철학, 심리학, 윤리학, 예술론까지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사랑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진선미를 두루 감싸고 있는 인간 심성이면서 현실적 효용성을 충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랑예찬」에서 사랑이라 불리고 있는 여러 관계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탐색을 시도한다. 바디우는 진정한 사랑은 '조건부 만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그것은 흡사 거리에서 회사의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는 거와 같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랑은 조건 없이 서로를 위한 것일 때 진정한 감정으로 승화할 수 있다.  

바디우가 강조하는 또 다른 사랑의 조건은 서로가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실존적 사랑을 강조한다. "타자를 있는 그대로 당신과 함께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 당신은 타자를 공략하러 간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진정한 확인, 서로의 몸과 마음을 나의 것으로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데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 우정은 이성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사랑은 몸과 마음으로 동시에 전달되고 선언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5월의 튤립 같은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열사의 사막에 있든, 황량한 들판에서 방황하든, 진정으로 그를 사랑한다면 기꺼이 달려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이러한 마음이 존재할 때에야 너와 나 사이에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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