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정신과 영혼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몸인가 정신인가. 어느 것 하나 답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물음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 많은 철학자와 작가들은 평생 고민해 왔다.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있어야 한다. 마음은 몸에 대한 관념이다. 몸은 마음에 따라서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몸이 없으면 마음이나 생각도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서양의 사상은 몸을 경멸하는 전통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영혼 불멸을 믿었던 사람들은 인간이 몸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혼이 없는 동물들도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동물과 같을 수는 없다. 더구나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존재이다. 인간에게는 고귀한 영혼과 진리를 탐구하는 이성이 생득적으로 주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간에게서 영혼과 정신이 없다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인간에게서 정신과 영혼을 존경하지만 몸을 경멸하는 전통은 인간을 동물들과 구별하고, 동시에 인간의 영원무구한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서 생겨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 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육체와 영혼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영혼의 중요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최초의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육체는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인 반면에 영혼은 영원히 변치 않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주장하였다. 육체는 정신이 잠시 걸치고 있다가 나중에 벗어던져야 할 남루한 외투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런 이원론적 전통은 19세기 말까지 서양 사상을 지배했던 지적 이념이었다. 인간이 진정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육체를 철저히 무시하고 경멸해야 한다는 정신적 윤리적 요구도 그러한 전통의 산물이다. 육체를 경멸함으로써 더욱 품위 있고 고상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인간에게 육체란 빈껍데기에 불과하며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정신과 영혼이라는 사상은 현대에 이르러 무너지기 시작했다. 영혼은 고귀하고 몸은 더러운 것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면서 현대의 많은 철학자는 비로소 몸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영혼보다는 몸의 철학을 주창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니체의 철학은 한마디로 몸의 철학이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영혼은 몸에 속하는 그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니체에게 인간은 그저 몸에 불과하다. 당연히 삶 또한 몸이다. 몸에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나는 것이 그의 삶이며 인간이다. 니체는 이성과 영혼조차 몸에 속하는 것이며 몸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더나아가 기존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성은 작은 이성이며 몸이야말로 커다란 이성이라고 하면서 영혼이나 정신은 몸의 장난감에 불과하다고까지 주장한다.

어쨌든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은 몸과 마음의 건전한 '건강'임이 분명하다. 건강한 몸을 가진 자는 건강한 정신을 생산할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몸과 정신, 이 두 가지는 서로 분리되거나 경외될 수 없이 일체가 될 때에야 비로소 건강한 존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은 몸의 그림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온전한 정신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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