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 권정생 「몽실언니」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였다. 객지를 떠돌면서 결핵 등의 병을 얻어 평생 병고에 시달렸으며, 196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그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1969년 단편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에도 검소하게 생활하다가 2007년 5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거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2009년 3월 그의 유산과 인세를 기금으로 하여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그의 삶과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자신이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저서로는 동화로 「강아지 똥」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몽실언니」이다. 몽실언니는 몽실이가 담담하게 6·25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배경의 잔혹성이 세세히 그려지진 않았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절로 목이 메인다. 차라리 악역이 등장해서 분노하고 악에 바쳤다면 낫지 않았을까. 「몽실언니」에선 누가 옳고 그른가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만 남아 마음 깊숙히 아픔을 준다.

몽실이는 시대의 최대 희생자다. 가난에 못 견뎌 몽실이를 데리고 그나마 나은 형편인 김씨의 집으로 재혼을 한 친엄마. 의붓아버지와 엄마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생긴 후로 눈칫밥을 얻어먹고, 구박을 받는다. 엄마는 크게 가림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의붓아버지 김씨가 엄마와 몽실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그만 낙상으로 다리 한쪽을 절게 된다. 이후로 친부를 따라 지독히 가난한 동네 노루실로 오게 된다.

몽실의 다리가 불편해진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네 철딱서니 없는 것들은 다리 병신이라 놀린다. 몽실은 왜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놀림을 당하는지 분노하고, 그래도 묵묵히 살아간다. 

권정생 선생은 그의 유언장에서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썼다.
우리 시대를 밝혀주는 참사람, 참 신앙인의 마지막 말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을 일러주는 소중한 가르침 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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