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철 비상임 논설위원· 무이건축 대표소장
최근 근접 도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근접 도시는 파리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15분 도시를 통해 이론화한 것으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착안해 정책화하였으며 이후 멜버른, 바르셀로나, 포틀랜드를 포함해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주까지 이 근접 도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근접 도시 이론은 주민들이 삶의 근본 공간인 집을 중심으로 도보 또는 자전거를 통해 생활의 필수 서비스인 식료품, 교육, 의료, 여가, 문화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근접 생활권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시설계 개념으로 그 핵심은 자동차와 시설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틀에서 근접 도시 이론은 기존 도시계획에 대한 도전이다. 기존 도시계획이 자동차와 시설 중심의 계획으로 인해 도로의 광폭화, 교외 스프롤 현상, 대기 오염, 온실가스 배출, 사회적 고립 및 신체적 비활동성을 증대시킨 반해, 근접 도시는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과 같이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에 중심을 두고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건강한 생활방식을 촉진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또한 교통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안정적인 도시체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웃들과의 유의미한 접촉을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동을 자극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해 생활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근접 도시는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 격차를 줄임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팬데믹과 같은 언컨텍트 시대가 다시 도래하여도 근거리 생활권 내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근접 도시 개념이 제주로 이어진다면 어떤 추가적 이점이 있을까. 우선 제주의 관광산업의 지원 잠재력이다. 근접 도시의 개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친 보행자로의 조성이 필요하다. 오로지 보행 위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걷기 좋고 걷고 싶은 유희 공간으로의 조성은 근접 도시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측면에서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여가 편의시설을 갖춘 걷기 좋은 특성화된 가로공간의 조성은 관광객이 찾게 되는 명소가 되고 이는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제주를 사람 중심의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보행 성과 필수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갖춘 활기차고 건강한 동네를 만듦으로써 제주의 밝은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근접 도시는 생활권을 위한 1차적 내재 행위를 넘어 도시 정체성의 매개행위가 돼야 한다. 단순히 근접 도시의 개념이 자동차와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적으로 넘어가는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며 지역의 특성화를 통한 지역 발전의 행위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의 사고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또 다른 도시의 르네상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3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15분 도시 기본구상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통해 15분도시의 본격적 시작을 알렸다. 추후 이루어질 보고회와 콘퍼런스 등을 통해 사람중심으로 전개 될 15분 도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