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알프레도 코렐라 「끝의 아름다움」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올 때가 훨씬 지났지만, 겨울은 끝나지 않고 봄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눈이 내리고 찬 바람이 불면서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그야말로 봄은 봄이로되 봄은 오지 않았다.

중국의 전한(前漢) 시대 임금인 원제의 절세미인 궁녀였던 왕소군(王昭君)은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자였다. 그 여자를 두고 지은 동방규의 시에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삶의 환경이 갈수록 바뀌어져 계절의 순환도 예전 같지 않다는 표시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시절이 왔지만 아직도 사람들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계절과 한 시절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언제나 '끝'을 의미하는 마지막은 슬프다. 그동안 쌓아온 것과의 단절,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열차, 마지막 사람, 마지막 이별· · ·.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어딘가로 달려가는 버스에는 '마지막 버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온종일 열심히 운행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휴식지로 달려가는 버스 모습은 깃발을 펄럭이며 포구로 돌아가는 만선滿船 같다.

사람들은 만나서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진다. "그대에게로 날아가나니 괴로움이여!/그대도 내게로 날아오라 그리움이여!/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이여!"라고 노래하다가 "마지막 나의 노래 아무도 몰래/하늘 한 녘에 묻고 가나니 푸르르르"(문충성, 「마지막 사랑 노래」 부분) 하고 헤어진다. 

이렇게 끝은 '마지막'을 의미하는 말로 항상 슬프다. 끝은 '시작'의 반대말이다. 우리의 시작은 항상 설레고 엄숙하고 진지하다. 시작을 나쁘게 함부로 출발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처음은 소중하고 엄숙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처음 피는 꽃은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마지막에 떨어지는 꽃은 비참하다. 첫눈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지막 눈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지막 이별을 첫 만남처럼 아름답게 장식하는 사람도 흔치 않다.끝과 시작. 두 단어는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르게 느껴진다. '끝'이란 단어를 발음해 보면 왠지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먼저 떠오르지만, '시작'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활기차고 설레는 감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끝과 시작은 모두 하나의 '순간'이다.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지점, 같은 시간을 다르게 부르는 것 일뿐인지 모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알프레도 코렐라의 『끝의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끝과 시작의 의미를 잘 알려주는 책이다. 어느 늙은 거북이 니나가 들려주는 끝의 또 다른 이름들, 니나는 끝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수많은 존재를 만난다. 니나는 그들에게 한결같이 묻는다. "너는 끝이 무엇인지 아니?" 놀랍게도 모두가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다. 

가장 먼저 만난 개미는 이렇게 말했다. "끝은 나쁜 거야! 가을 내내 모아 둔 먹이가 다 떨어져 겨울을 날 수 없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애벌레의 대답은 달랐다. 애벌레는 나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끝은 내가 평생 기다려 온 순간이야." 니나가 여행을 이어 가며 만난 제비, 뱀, 꾀꼬리는 제각각 다른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만난 강물은 가장 의미있는 대답을 했다.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니나가 물었다. "강물아, 너는 끝이 무엇인지 아니?" 강물은 대답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바다에서 끝나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오랜 시간을 여행하면서 끝의 의미를 찾지 못했지만 니나는 비로소 미소 지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끝은 한 단계 성장한다는 징표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욱 넓은 세상에 닿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시작과 끝은 맞물려 있다. 시작과 끝은 한편의 이야기처럼 서로의 완성을 도운다. 끝이 나쁘면 시작도 나쁘다는 말대로 끝은 모든 것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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