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4·3미술제 '봄은 불꽃처럼'
오늘(3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서
"예술과 청년이 함께 연대해야"
제주의 봄은 먹먹하다. 빛나는 생명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마른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없다.
오늘, 탄압에 맞선 민중의 투쟁이자 대표적인 저항의 예술인 4·3미술제가 개막해 스쳐가는 제주인을 위로하기 시작한다.
탐라미술인협회가 주최하고 4·3미술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1회 4·3미술제 '봄은 불꽃처럼'이 오늘(3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갤러리서 전시를 이어간다.
하늘도 아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더욱 처연한 봄이 아닐 수 없다.
예술공간 이아에서 마주한 올해 미술제의 전시장은 그날의 아픔을 읊조리기라도 하듯 차갑고 어두웠다.
미술제에 참여한 46명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70여년 전의 상흔을 증언하고 구현해냈다.
김현성 작가는 일가족이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한날한시에 총성과 함께 묻힌 그날을 작품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개발과 산업화, 정권에 의한 외압과 그로 인해 펼쳤던 저항의 역사가 고르란히 담긴 이명복 작가의 '광란의 기억-5'까지. 전시장에는 소리없는 통곡이 가득했다.
올해 미술제의 주제는 '봄은 불꽃처럼' 이다.
1948년 4·3항쟁에 참여했다가 1949년 일본으로 밀항해 아흔이 넘는 현재까지 일본어로 일본에 대항하는 시 창작을 이어오고 있는 김시종 시인의 작품 「봄」에서 착안했다.
이번 예술제는 수난사로서의 4·3을 넘어 4·3의 현재까지 면면히 흐르고 있는 공동체의 열망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탐라미술인협회는 올해부터 4·3미술제는 세대전승을 위한 '청년사삼정감' 프로젝트를 시작해 세대를 이어가야 하는 주체인 청년들과 함께 4·3의 정신과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탐라미술인협회는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하다"며 "미국에 대한 책임 규명 및 가해자 처벌이 남아있는 과제 중 하나다. 한반도의 역사에 4·3을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4·3미술 30년을 이끌어 오며 4·3의 진실을 세상에 길어 올렸던 작가들이 있었다. 앞으로 30년을 이끌어가며 4·3의 정신과 가치를 세상에 확산시켜 가야 하는 작가들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 '청년사삼정감'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감정을 함께 느끼고 가치를 공유하며 기억을 전승하기 위한 주체가 이 시대의 청년이어야 하는 것이다. 100주년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를 향한 밑거름에 4·3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 주체도 청년이다"며 "반복되지 않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사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함께 연대하며 지켜내기 위해서 예술이, 청년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개막 행사는 오늘(3일) 오후 4시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서 마련된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