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보다 맛·풍미 좋아
비타민E·타우린 등 풍부
쫄깃한 식감에 조리 간단
여름이 되면 제주에는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별이 뜬다. 어둠이 짙은 밤 한치잡이 어선에 비치는 불빛들로 제주 밤바다가 환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한치'라는 별명은 다리 길이가 한치(一寸, 3㎝)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서 유래됐다. 화살을 닮아 화살오징어라고도 불리는 한치는 일반 오징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며, 뾰쪽하고 지느러미도 마름모꼴이다. 제주도 속담에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한치는 오징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맛도 좋고 조리법도 간단해 어디서나 사랑받는 한치 음식을 알아보자.
△숙취해소에 제격 '한치물회'
물회는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주의 물회는 조금 특별하다. 물회에 들어가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제주에서는 초고추장이 아닌 된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탱탱한 한치와 식감을 더해주는 아삭한 오이, 각종 신선한 채소 등이 함께 어우러진 한치물회 한사발이면 여름철 더위가 절로 달아난다. 특히 살아있는 싱싱한 한치는 비타민 E와 타우린이 풍부해 숙취로 쓰린 속을 다스리기에 제격이다.
△군침 도는 '한치회무침'
한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한치회무침은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얇게 채 썬 한치를 부추와 양파, 무, 깻잎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버무리기만 하면 끝이다. 매콤한 한치회무침을 소면 등과 함께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한치회무침은 피로회복 등에 탁월해 더위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입맛과 생기를 되찾아 준다.
△야들야들한 '한치 숙회'
한치 숙회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이다. 잘 손질한 한치를 식초 등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내기만 하면 된다. 술안주로도 좋아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여름철 대표 안주이며 초고추장까지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특히 열량도 낮아 여름철 다이어트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심장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밥도둑 '한치 젓갈'
짭조름하고 매콤한 젓갈은 다른 반찬 없이 밥 한 공기 뚝딱 해결하기 좋다. 밥과 찰떡궁합인 한치 젓갈은 제주도 3대 젓갈(멸치젓, 자리젓, 한치젓)로 꼽힌다. 오징어젓갈과 비슷해 보이지만 식감은 훨씬 쫄깃해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한치가 가장 맛있는 7~9월 한치로 만든 젓갈은 여름철 흘린 땀으로 부족해진 염분을 보충해 준다. 제철이 아닌 사계절 내내 식탁에 오를 수 있어 언제든 입맛을 돋운다.
△고소한 '한치 통구이'
날것으로 먹는 한치회와는 달리 한치 통구이는 먹물과 알을 그대로 구워 먹는 것이 특징이다. 통째로 구워도 한치만의 쫄깃한 식감은 그대로인 데다 날것으로 먹는 한치와 다른 식감과 향을 느낄 수 있어 인기다. 기호에 맞는 소스와 찍어 먹으면 쫄깃한 한치의 식감과 소스 맛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