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기 시조 시인 1억원 쾌척
전날 30일 제주문학관서 협약
운영위 올해 말까지 작품 공모

고성기 시인의 아들 고승석 씨(왼쪽)와 딸 고을레라 씨(오른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예린 기자 
고성기 시인의 아들 고승석 씨(왼쪽)와 딸 고을레라 씨(오른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예린 기자 

한평생 '시조(時調)'를 사랑한 시인들이 제주 문화의 아름다움과 시대정신을 널리 알리는 공유의 장을 펼쳤다.

제주시조시인협회(회장 김정숙)는 30일 제주문학관에서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 관계기관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늘물섬문학상' 제정·협약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고성기 시조시인이 최근 제주 시조 문학의 발전을 위해 1억원을 쾌척하면서, 후원금을 주관·운영해 나가는 제주시조시인협회와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늘물섬문학상을 위해 고성기 시인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총 20년 간 매년 500만원 씩 출연한다. 

만약 사후에는 시인의 아들인 고승석씨가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늘물은 '늘 물처럼 맑게 흘러야 한다'는 뜻으로, 고인이 된 감밭 김공천 선생이 고 시인에게 지어준 아호(雅號)다.

이날 고성기 시인은 "1987년 시조문학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지 벌써 37년이 넘어간다"며 "첫 시집부터 최근까지 내 시의  모든 화두는 '섬'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든 교직에서 퇴임한지도 12년이 넘었다"며 "목돈을 만져본 적이 없어 오래전부터 적금을 들어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내가 지금까지 받은 게 너무 많으니 이제는 돌려드려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시인으로서 받은 것은 전부 우리 전통시 '시조'에서부터 나왔기 때문에 당연히 시조 분야에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계기로 늘물섬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세부 규정을 만들어 운영할 것이고, 규정이 만들어지면 올해부터 작품을 공모해 다음 해에 자랑스러운 제1회 늘물섬문학상 당선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고성기 시인의 아들 고승석 씨와 딸 고을레라 씨가 함께 참석했다.

아들 고승석 씨는 "오늘은 아버지의 오랜 뜻이 시작되는 뜻깊은 날이다"며 "아버지의 말씀대로 앞으로 아버지 뜻을 받들고 이어서 문학상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소망이 있다면 아버지 뜻을 잇는 시기가 이십년 뒤었으면 좋겠다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성기 시인은 1950년 북제주 한림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부터 교직 생활을 이어가다 1987년 시조문학을 통해 작가에 등단했다.

현재 제주시조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회장을 역임 중이다.

전예린 기자

제주시조시인협회는 30일 제주문학관에서'늘물섬문학상' 제정·협약식을 열었다. 전예린 기자 
제주시조시인협회는 30일 제주문학관에서'늘물섬문학상' 제정·협약식을 열었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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