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카렌 블릭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오래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다시 보았다. 영화는 덴마크의 여류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자서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소설은 놀라운 서정과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대지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서사가 어우러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로마 시대 작가 플리니우스의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new)"라는 문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인간과 자연, 자연과 문명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덴마크에 사는 카렌 브릭슨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독신 여성이다. 그녀는 스웨덴 귀족 브로르 블릭센 남작과 결혼하여 그녀가 소유한 커피 농장이 있는 케냐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지만 카렌의 케냐 땅에서의 결혼생활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카렌은 눈에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넓은 땅에서 자연의 비길 데 없는 장엄함과 자유로운 삶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고원 지대에서 깊은 감회에 젖는다. "하늘은 연푸른 색이나 보랏빛을 벗어날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강력하고 무게가 없고 끝없이 변화하는 무수한 구름 떼가 하늘 높이 솟아 유유히 흘러갔다. (···) 한낮에는 땅 위의 공기가 마치 불꽃처럼 살아 있었다, 흐르는 물처럼 섬광을 발하고 물결치고 빛났으며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어 둘로 만들고 마치 거대한 신기루를 만들어 냈다. (···) 여기 내가 있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도시의 고정된 이미지나 관념에 갇히지 않고, 마음을 활짝 여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다. 카렌은 도시 문명 속에서 온갖 욕망과 이기심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 인간에게 고정되고 폐쇄된 관념이 얼마나 편협한 삶의 태도인가를 느끼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둘러본 케냐의 커피 농장에서는 녹색의 땅 사이로 너무도 선명하고 열린 전망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갈망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감정은 원주민들의 삶과의 대조를 통하여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다시 카렌은 말한다. "나의 목초지에는 소말리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유목민으로 한곳에 정착해 여러 세대를 사는 유럽인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잿빛 망아지를 키웠는데, 선인장처럼, 그리고 소말리족 자신처럼 지상의 모든 고난을 넘어서는 사막에 단련된 낙타들도 있었다." 원주민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백인들도 원주민들과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그들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원주민들은 백인들처럼 고정된 곳에서 경직된 사고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카렌의 눈앞에 아프리카의 자연이 펼쳐져 있듯이, 낙타는 막막하고 끝없는 실크로드의 사막에서 대상들의 짐을 싣고 일렬로 줄을 지어가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밤이 되면 하늘에 떠있는 별을 등대 삼아 오늘도 내일도 한발 한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카렌의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은 무한하게 펼쳐질 수 있는 삶의 독창적인 은유의 바다였다. 그 바다에 영원히 빠져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작품은 거듭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깊은 경고를 준다. 현대인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법과 자연 속의 구성원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른다. 인간은 원래 원시 시대부터 동물과 함께 살며 움직여야 한다는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문명의 삶만 가까이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인간과 자연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 자연의 바람과 꽃과 공기의 흐름과 색깔과 냄새에 반응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랑은 하지만 그 사랑을 소유하고 싶지도 소유 당하고 싶지도 않았던 자유영혼주의자, 데니스가 한 말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무엇이든 사랑한다고 함부로 소유할 수는 없다. 그것이 사랑이든, 인간이든, 자연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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